무예 인문학
[ 양병훈 기자 ]
“무예 속에는 인간의 마음이 땀, 눈물과 함께 버무려져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무예는 인간에게 다가가는 학문, 즉 인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42·사진)이 우리 전통 무예에 담긴 문화와 철학을 풀어쓴 《무예 인문학》(인물과사상사)을 냈다. 원시시대 무예의 기원부터 우리 선조들에게 영향을 미친 무예의 의미, 무인(武人)의 덕목 등 한국 무예사(武藝史)에 얽힌 얘기를 재미있게 담았다. 저자는 “정신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몸이기 때문에 문학이나 사상 등 정신문화에만 몰두하는 것은 반쪽에 불과하다”며 “한국 무예에는 한국만의 몸짓, 삶,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20년 넘게 한국 전통 검술을 연마해 온 검객이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한국 무예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무예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 인물이다.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시범단에서 상임연출을 맡아 각종 무예 시범과 공연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공연 경험 덕택에 저자는 무예의 예술적인 면에도 주목할 줄 안다. 저자는 “인류사를 보면 무예는 축제 현장에서 유희의 수단으로 자주 활용됐다”며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기녀도 검무(劍舞)를 출 수 있어야 제대로 대접받았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몸이 아파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다가 대학 입학 직후 검술 수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래 탈춤을 배우는 등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검술에 대한 동경도 있었는데 이런 선호가 운동에 대한 필요와 만나 자연스레 검술 수련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무예는 상대를 제압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사람이 자기 몸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몸 소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창의력 등 정신을 키우는 데만 몰두하고 몸을 가꾸는 것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과학자들이 그린 미래 인간 상상도를 보면 머리만 크고 몸은 퇴화해 바짝 말라 있죠. 이런 모습은 진짜 인간다운 인간과 거리가 멉니다.”
저자는 “이런 몸 소외 세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예 안에 있다”며 “독자들이 이번 책을 통해 ‘야생의 전투본능’이라는 인간다움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12쪽, 1만5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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