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 경력 없이 CEO '발탁'
취임 100일 맞아 수익내기 본격화
"자유로움이 최대 무기, 혁신적 신상품으로 자동차 활용높일 것"
[ 강현우 기자 ]
지난 2월1일 카셰어링업체 쏘카가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조정열 대표(사진)를 선임했다는 소식은 자동차업계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셰어링사업 1위 회사에 자동차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 CEO로 왔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유니레버, 로레알, 피자헛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술품 경매업체 K옥션, 갤러리현대 등 문화기업 CEO를 지냈다. 1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 5년간 매출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수익을 내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30분 단위 초단기 렌터카인 카셰어링사업을 하는 쏘카는 2011년 말 제주도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회원 250만여명, 차량 6000대를 보유한 국내 최대 카셰어링업체로 성장했다. 주요 주주는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씨가 설립한 벤처투자업체 소풍, SK(주) 등이다.
조 대표는 “맡은 바 임무대로 올해는 적자 폭을 줄이고 내년에는 흑자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쏘카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907억원, 영업손실 212억원이었다. 매출은 2015년보다 86% 늘었지만 적자 폭 또한 세 배 커졌다.
차량 구입과 차고지 확대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은 계속 들어가는 데 비해 수익 모델이 아직 차량 대여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력이 긴 기존 렌터카업체들이 중고차 판매로 안정적 실적을 내는 것과 차이나는 부분이다.
조 대표는 “공격적인 회원 확보와 혁신적 신상품으로 차량 활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목표 회원 수는 250만명(4월 기준)에 200만명 추가한 450만명으로 잡았다.
그는 “회원 중 65%가 실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는 면에서 회원 수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쏘카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10일부터 TV 광고도 시작했다.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버스, 지하철, 택시, 쏘카’를 반복하면서 쏘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조 대표는 또 새로운 상품으로 ‘도어투도어(D2D)’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용자가 차고지까지 가서 차를 빌려쓰고 다시 차고지에 반납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집앞까지 가져다주고 다시 가져가는 서비스다. 그는 “6월부터 서울 강남지역을 시작으로 D2D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며 이에 맞춰 차량도 8000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직원 가운데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곧바로 그 아이디어에 동조하는 직원들로 팀을 구성할 정도로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큰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쏘카 사무실에는 임원실은 물론 사장실도 없다. 조 대표 책상은 마케팅부서 한쪽에 있다. 사원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도 사장님이 아니라 ‘욜(yol)’이다. 누구나 직급에 상관없이 별칭을 부른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