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일정
오전 9시26분 홍은동 자택 출발…지지자·취재진 500여명 모여
오전 10시10분 현충원 방문…바로 야 지도부 만나 협치 약속
정오 국회 취임식 끝난 뒤 오후 1시 청와대로 이동…황교안 총리와 오찬 회동
오후 2시40분 청와대 춘추관 찾아 총리·비서실장 인선 등 발표
밤 10시30분 트럼프와 통화
[ 김기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8시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대통령선거 결과를 의결하며 5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당사를 직접 찾아가고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탈권위적이고 낮은 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이순진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전방의 경계태세를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우리 군의 역량을 믿는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합참의장을 비롯한 장병들은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이 의장에게 지시했다. 통화에는 국정원 3차장을 지낸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9시26분께 김정숙 여사와 함께 자택에서 나와 홍은동 주민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대통령으로서 첫 외부 일정을 시작했다. 홍은동 자택은 문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1월부터 1년4개월 동안 거주한 곳이다. 500여명의 지지자와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주민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대한민국’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 내외에게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팀과도 상견례를 했다. 또 선거운동을 함께 치른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경호팀에 “덕분에 시민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친근하게 유세할 수 있었다”며 악수를 청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10시10분께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문 후보는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 2017.5.10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은 개별적으로 참배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현충원 참배 후 야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났다.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나 국정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당사를 방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들을 차례로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당선되면 바로 그날 야당 당사를 방문해 손잡고 함께 가겠다”며 협치를 약속했고, 취임 첫날 약속을 실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의장실에서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과 첫 상견례를 했다. 정 의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이 참석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께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국민의 높은 지지로 이렇게 대임을 맡게 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과 동시에 통합도 해야 한다.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도 소통하고 협력하는 정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통령 취임식은 이날 낮 1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정 의장에게 취임선서를 하고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거나 시민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 후 청와대로 향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후 9년 만의 재입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황교안 총리와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40분께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 등 인선을 발표했다. 통상 대변인이 하던 인선 발표를 대통령이 직접 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은 3시30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을 제1호 업무지시로 하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통령이 일자리위원장을 맡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놓고 챙기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30분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를 확인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