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부광약품의 폭탄 배당...경영 분쟁 불씨 지피나

입력 2017-05-10 09:19
이 기사는 05월08일(04:3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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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규모의 배당을 하면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 승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만1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20.0% 하락했다. 지난해 말 배당금을 노리고 이 회사 주식을 쓸어담은 기관투자가가 올들어 이날까지 16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현금 배당으로 179억원, 주식 배당으로 36억원어치 주식을 주주에 지급했다. 지난해 현금 배당은 당기순이익(158억원)을 넘어섰다. 현금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113.5%에 이른다. 2015년 말(88.2%)보다 25.3%포인트 상승했다. 제약 업종의 최근 3년(2013~2015년) 평균 배당성향(20.4%)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높다.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부광약품이 고배당을 이어가면 설비투자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고 유동성 여건도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결권 자문사가 지나치게 적은 배당금 안건에 대해 반대 권고한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배당금이 많다고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부광약품이 고배당을 하는 것은 경영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김동연 회장(지분율 17.7%)이다. 그의 장남인 김상훈 부광약품 사장(지분율 4.1%)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26.4%다. 제약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승계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대주주와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2대주주 측이 고배당과 나빠진 실적 근거로 경영권 탈환을 위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 회장은 고(故) 김성률 명예회장과 손잡고 1973년 부광약품을 공동으로 인수했다. 김 명예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지분율 12.0%)과 차남인 김기환 씨(5.6%)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18.8%에 달한다. 김동연 회장 일가와의 지분격차는 8%포인트 안팎인 만큼 경영권 분쟁이 싹틀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부광약품 실적이 2009년 들어 뚜렷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회사 영업이익은 2009년 393억원에서 지난해 85억원으로 줄었다. 회사의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는 창업주 일가 가운데 김상훈 사장만 참여하고 있다. 경영 부진과 고배당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명분이 있는 만큼 김성률 명예회장 일가가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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