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지금은 비상상황, 정부가 시장 개입"…'소득주도 성장' 실험 시작

입력 2017-05-10 01:15
J노믹스 해부

경제정책 핵심은 '사람중심'
성장이 소득증가로 이어지게 공공 일자리 81만개 확대
최저임금도 1만원으로 인상

재정 확대로 경기부양
재정지출 연 평균 7% 늘려 집권 즉시 10조 추경도 실시

문제는 재원 마련
세제 개혁으로 예산조달 한계…증세 단행땐 여론반발 거셀 듯


[ 주용석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J노믹스는 ‘사람 중심 경제’를 내세운다. 구체적으로 임기 중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현재 6470원), 재정지출 증가율을 박근혜 정부의 두 배로 확대(연평균 3.5%→7.0%), 고소득자 증세 등 정부 재정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 ‘낙수 효과’ 대신 ‘소득 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점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의 차이점이다.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감세와 규제 완화로 기업 투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국민 소득도 늘어날 것이란 낙수 효과에 대한 믿음에서였다. 문재인 정부는 낙수 효과에 부정적이다. 그동안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고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정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특히 공공 일자리는 J노믹스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81만개의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가 직접 월급을 주는 소방관 경찰 교사 군인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연평균 3만4800개) △국공립병원, 어린이집 등 공립시설 일자리 34만개 △공공기관의 계약직 근로자 직접 고용,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30만개다.

공공 일자리 확대 공약은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다. 우선 재원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는 데 드는 돈을 5년간 21조원으로 잡았다. 이 중 공무원 채용에 필요한 예산만 17조2000억원(7급7호봉 연봉 3300만원 기준)으로 제시했을 뿐 나머지 예산은 공약집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선 기간 다른 당에선 “소요 재원을 과소 추계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바른정당은 “(각종 수당과 연금보험료 등을 고려하면) 7급7호봉을 한 명 채용할 때 들어가는 정부 돈이 5200만원이고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5년간 27조2000억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측 추산보다 10조원이 더 든다는 지적이다.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는 건 미봉책’이라거나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이 더 비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게 정답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평균 21.3%인 데 비해 한국은 이 비중이 7.6%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공공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해당 분야 일자리를 좀 더 늘려도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J노믹스가 ‘큰 정부’를 내세워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J노믹스 설계자로 알려진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은 “한계가구가 180만가구에 달하는 비상 상황에서 경제를 민간에만 맡겨두고 회복을 기다리자는 것은 무책임한 얘기”라며 “비상 상황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주도 성장론과 같은 맥락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가파른 인상폭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란이다.

◆재정 확대, 감세에서 증세로

재정지출 확대도 J노믹스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정부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재정지출을 연평균 7%씩 늘린다면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예산이 561조7000억원으로 증가한다. 박근혜 정부 계획대로 3.5%씩 늘릴 때(2022년 475조6000억원)보다 86조원이나 많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집권 즉시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하반기를 목표로 곧바로 추경 편성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 재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5년간 178조원으로 제시했다. 공공 일자리 창출 21조원, 저출산·고령화 극복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복지 지원 93조5000억원, 교육비 지원 28조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12조5000억원, 국방비 증액 등 23조원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제를 개혁하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재정개혁으론 세출 구조조정(92조원), 사업성 기금의 여유재원 활용(15조원), 융자사업 지원 방식 개선(5조원), 세제 개혁으론 세법 개정(31조5000억원), 탈루 세금 과세(29조5000억원), 세외 수입 확대(5조원)를 꼽았다.

그래도 예산이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를 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다. 증세할 경우 우선 소득세 최고 세율을 올리는 ‘부자 증세’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법인세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런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초기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을 약속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증세도 국민 반발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다. 근로자의 48%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부자 증세를 할 경우 고소득층의 세금 저항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세원 확대를 위해 증세 대상을 확대하면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중산층 세 부담을 월 1만~2만원가량 늘리는 세제 개편안을 냈지만 여론의 거센 저항에 밀려 사흘 만에 백기를 들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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