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경제 브레인'
노조 출신서 보수성향 학자까지 이념적 스펙트럼 넓어
정책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듯
[ 이태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만드는 데는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등 당내 인사와 전문가 그룹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조위원장 출신부터 보수 성향 경제학자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현직 의원 그룹
문 대통령의 정책공약집인 ‘나라를 나라답게’를 마지막까지 손본 사람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캠프) 정책본부장인 윤호중 의원과 정책부본부장인 홍종학 전 의원이다. 3선인 윤 의원은 운동권 출신이지만 원내 입성한 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지내는 등 정책통으로 변신했다. 지난해부터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경제학 박사인 홍 전 의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재벌개혁위원장과 경제정의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당내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분류된다. 공약집에 실린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법인세율 인상’ 등이 그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기식 전 의원은 캠프에서 정책특보로 활동했다. 김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간사를 하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통과를 주도한 인물이다.
관료 출신인 김진표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도 캠프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의 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를 지냈다. 캠프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 겸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김 의원의 행정고시(13회) 동기인 이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당내 대표 정책통이다.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아 경제 정책을 조율했다.
세무사 출신인 백재현 전 의원은 캠프에서 국가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캠프 을지로민생본부 공동본부장인 우원식·이학영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문가 그룹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1000여명의 교수 및 연구원이 참여했다.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가 이 단체의 소장을 맡으며 대선 초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駐)영국 대사를 지냈다. 조 교수는 캠프에서 국민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성장에는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도 참여했다.
‘박근혜의 경제교사’라 불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도 이번 대선 때 문 대통령 쪽에 합류해 화제가 됐다. 보수 경제학자인 그는 캠프에서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J노믹스’ 설계를 주도했다.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은 ‘재벌 개혁론자’로 널리 알려진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이다. 김 소장은 김광두 교수와 함께 J노믹스를 짜며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공약 마련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곽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장·차관을 지낸 전직 관료 20여명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가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 위원회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영탁·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용덕 전 금감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24명의 전직 외교관으로 구성된 ‘국민아그레망’이라는 외교자문그룹도 꾸렸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등이 이 그룹에 참여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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