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득표율 50% 돌파에 실패…정국 주도권 확보 어려워
2위 유력한 홍준표는 패했지만 한숨 돌려-당권 경쟁 나설지 주목
3위 밀린 안철수는 최대 정치 위기-대권 3수 쉽지 않을 전망
대선 이후 정국 향배는 각 후보의 득표율에 달려있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 초반 정국 주도권과 대선에서 패한 후보들 및 야당의 입지는 결국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방송3사가 9일 밤 8시에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50%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2위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차지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3위로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득표율 10% 돌파에 실패할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대로 개표가 끝난다면 문재인 후보는 과반득표를 하지 못한다. 임기 초반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 과반 지지의 여세를 몰아 새 정부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주요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이다. 집권당인 민주당 의석은 과반에 턱없이 부족한 120석에 불과하다. 과반 의석으로도 쉽지않은 게 정국운영이다. 이 의석으로는 필요한 법안 하나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 물론 여소야대서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야당과 소통 없이 일방 통행하면 박근혜 정부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문 후보는 여소야대 정국 돌파를 위해 큰 틀의 ‘진보 연대’구축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 ‘통합정부 구성’을 고리로 국민의당, 정의당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일부 장관자리를 할애해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이를 고리로 협력을 모색하는 방식이다. 1997년 대선때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합당하지 않고 독자 정당을 유지하면서 공동정부를 운영한 ‘DJP연합’과 비슷한 형태다. 두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민심의 향배에 따라 공동정부 참여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후보는 대선에서 패했지만 지지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2위를 차지함으로써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홍 후보는 출마 당시만해도 지지율이 5%안팎이었지만 짧은 대선기간 동안 다섯배 가까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대선을 통해 무너진 보수의 기반을 어느정도 복원시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향후 당권경쟁에 나설지 주목된다. 아울러 한국당은 새 정부를 견제할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나름 기사회생할 여건을 마련했다.
안 후보는 저조한 득표율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2012년에 이은 대권 재수였던 만큼 3위 추락은 충격이다. 대권 3수도 쉽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후보는 이미 의원직까지 버린 상태다. 적어도 당분간 정치 2선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갈등에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않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탈당해 민주당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새 정부 조각과 정부 조직개편 추진 등에서 야당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만큼 당장 ‘의원 빼오기’ 등 인위적 정계개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 후보와 심 후보는 일단 목표인 10% 득표율 달성에 실패했다. 두 사람은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대선과정에서 의원 집단 탈당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른정당은 의원 20명으로 제4의 교섭단체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의원 13의 ‘한국당행’이 역풍을 불러온 만큼 일단 한국당과 바른정당간 통합 문제는 당분간은 수면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조기 합당 등은 가능성이 없지만 대선 후 보수층을 중심으로 ‘강한 보수 야당’을 원하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