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경제장관 시절 의결권 두 배로 늘리는 법안 주도
프랑스 정부, 지분 20% 보유한 대주주…경영개입 우려 커져
[ 김동욱 기자 ]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당선되면서 일본 닛산자동차의 고심이 깊어졌다. 마크롱 당선자가 과거 프랑스 경제장관으로 재직할 때 르노자동차와 닛산자동차에 프랑스 정부의 영향력이 커지도록 각종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의 당선으로 프랑스 정부가 약 20%를 출자한 프랑스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시름도 깊어졌다고 9일 보도했다.
곤 회장은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마크롱과의 악연 때문인지 르노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닛산은 프랑스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을 지지하는 마크롱의 승리에 힘입어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였지만 닛산 주가만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가 2.31% 뛰며 연중 최고치로 치솟았을 때 닛산은 0.79% 상승하는 데 그쳤다. 9일에는 0.55% 하락했다.
르노·닛산자동차와 마크롱 당선자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맡고 있던 마크롱은 주식을 장기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두 배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플로랑주법’을 주도했다.
플로랑주법을 앞세워 르노에 대한 정부의 의결권을 20%에서 28%로 높이고, 르노와 닛산에 프랑스 정부가 영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영체제를 통합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당시 르노와 닛산을 진두지휘한 곤 회장은 “반(反)합리적인 내용으로 경영하도록 강요당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닛산이 르노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면 르노의 닛산에 대한 의결권이 박탈되는 일본 회사법상의 불리한 점을 무릅쓰고 닛산이 르노 주식을 사도록 해 프랑스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기도 했다.
곤 회장은 마크롱이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올 2월 르노 결산설명회에선 “프랑스 정부가 르노의 주주로 머물러 있는 한 닛산은 어떤 형태의 자본 구성 변화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언해 프랑스 정부의 경영 개입 가능성을 또다시 견제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곤 회장에게 725만유로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을 반대하던 프랑스 정부가 오는 6월 르노 주총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