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펠르랭소사이어티 개막일 세션2 발표
▶닐스 칼슨 레시오 연구소장 ‘서방 민주주의의 국정운영술과 자유주의 개혁’
올 가을 출간할 예정인 저서 ‘서방 민주주의의 국정운영술과 자유주의 개혁(Statecraft and Liberal Reform in Western Democracies)’의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하겠다. 자유주의적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 내용이다.
앞서 연사들이 우리 사회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예를 들어 규제가 과도하고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걷고 있다는 등 시장 실패 요인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경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사회로 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자유주의적 개혁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허버트 그루벨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명예교수도 앞서 설명했듯이 복잡한 이해관계, 이념, 여론 등 경제 개혁을 가로 막는 다양한 장벽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없애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특정 이익단체에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를 조사하고 개혁 전략을 일반화한 이론을 만들기 위해서 스웨덴, 호주 두 국가 사례를 연구했다. 두 나라는 굉장히 흥미롭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호주는 사회경제모델을 급격히 바꿔 무역보호주의, 반(反)이민 등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개방적인 사회로 전환했다. 모든 분야에서 개혁이 이뤄졌다. 호주에선 1983년 노동당이 집권했지만 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고 개혁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노동당이 다시 집권한 뒤부터 왜 개혁을 멈췄는지도 연구 주제다.
스웨덴의 경우 사회민주당이 개혁을 시작했다. 2006년 집권한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도 개혁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0년 라인펠트 총리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녹색당과 연합한 국민당이 개혁을 중단했다.
세계화로 이해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국가가 세계화의 영향을 받지만 소수의 국가만 자유주의 개혁을 한다.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이 정책적으로 실패한 부분을 설명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지나치게 결정주의적이라서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에 추가돼야 할 것이 아이디어다. 이것이 바로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가 주장하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 제임스 뷰캐넌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사회경제적 변화를 설명하고 재원을 동원해서 변화를 이끌었다.
아이디어를 내고 변화를 이끌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를 개발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용하고, 재원을 쓸 수 있는 권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정책 기업가(policy enterpreneur)’다. 싱크탱크 등이 정책 기업가가 될 수 있다. 볼프강 캐스퍼(Wolfgang Kasper), 스투르 에스킬슨(Sture Eskilsson) 등 MPS 회원이 정책 기업가의 좋은 예다.
문제를 해석하고 현실에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눴다. △칼 포퍼의 방법론을 따르는 ‘포퍼리안(Popperian)’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대표되는 ‘쿠니안(Kuhnian)’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마키아벨리안(Machiavellian)’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포퍼리안’ 전략은 합리적이고 학문적인 접근 방법이기 때문에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지만 충분하지 않다. ‘쿠니안’ 전략이 훨씬 더 중요하다. 패러다임 전환으로 시각의 변화를 이끌기 때문에 위기 때 특히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90년대 초반 바츨라프 클라우스 전 체코 대통령이 진행한 개혁이 이런 류의 전략으로 이뤄졌다. ‘마키아벨리안’은 결과를 숨기고 사회적 비용을 남탓으로 돌리는 전략이다.
호주와 스웨덴에서 장기적으로 개혁이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호주와 스웨덴에선 실제 문제를 여러 단계에 거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서 내부적으로 정책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책 기업가들이 다수 참여해서 실험적으로 배우는 과정을 거쳤다. 단계적으로 좋은 정책이 받아들여졌다. 단순히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이유다.
거버넌스에 관한 문제가 남았다. 집단적 행동을 어떻게 유도하느냐의 문제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자발적으로 행동하는데 계획이 없어도 여러 주체들이 내재적 동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확고히 믿고 따라야 한다. 대중인기영합적 정치인이나 대중이 정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가 낸 아이디어가 중심이 돼야 한다. 고전적 자유주의자, 자유주의 성향의 싱크탱크 활동이 중요하다.
개혁 아이디어와 전략,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시 아이디어로 연결돼야 한다. 정책 기업가들이 전략을 구사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것이 파워게임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중심적(polycentric) 학습 과정도 필요하다. 자유주의적 국가운용술엔 분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문제를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동시에 정치력도 필요하다.
이제 스웨덴과 호주에서 왜 개혁이 중단됐는지 이유를 설명하겠다. 스웨덴과 호주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호주는 2007년 노동당이 다시 집권하면서 자유주의적 사고에 관심이 없었고, 노동시장 규제를 다시 도입하고자 했다. 스웨덴 라인펠트 총리도 첫 번째 집권기엔 좋은 개혁을 이끌었지만 두 번째 집권기인 2010년부터는 녹색당과 연합한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세금이 올라가고 규제가 많아졌다. 총리 인터뷰 등을 통해 들어보니 “개혁의 피로감이 있었다” “현재 패러다임에서 개혁할 것을 다했다” 등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정책 기업가가 부족했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좌파적 복지를 택했고, 미국은 포퓰리즘에 기울었다. 오는 11월 열릴 MPS 스톡홀름회의 주제가 ‘자유주의 개혁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