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맵] 최악 미세먼지보다 더 답답한 '미세먼지 공약'

입력 2017-05-08 11:10
수정 2017-05-08 11:13
마인드맵 X 데이터텔링 3탄
빅5 '미세먼지 정책' 빅데이터 분석

7910건 기사 속 '먼지' 불과 0.24%
미세먼지, 10대 공약에도 '찬밥'
'공기 정책' 예산안 '불투명'
미세먼지, 언론·후보 관심 '낙제점'


[편집자 주] '미세먼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 매일 시달리는 환경 문제입니다. 황금연휴였던 6~7일 한반도를 덮친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는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6일은 전국이 하루 종일 '매우 나쁨' 수준인 151 ㎍/㎥를 훌쩍 넘겼습니다. 전국에 미세먼지 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외출은 커녕 이상고온까지 겹쳐 집안 환기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눈은 따갑고 기관지가 답답할만큼 공기질은 최악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매일매일 1급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세먼지 해결책을 제대로 내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 하소연이 봇물입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숨 쉬며 뛰어놀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거셉니다.

그렇다면 대선에 출마한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 기호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 기호 3번 국민의당 안철수 · 기호 4번 바른정당 유승민 · 기호 5번 정의당 심상정, '빅5'는 실제 어떤 미세먼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미세먼지 공약은 미세먼지만큼이나 작았습니다. 뉴스래빗은 마인드맵 X 데이터텔링 기법으로 빅5 후보 미세먼지 정책의 현주소를 알아봅니다.


#1. 빅5 5개월치 '공기 정책' 데이터 분석

뉴스래빗이 미세먼지 관련 빅5 대선 후보 '말말말'을 수집했습니다. 한국언론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빅5 후보의 발언 인용문을 포함한 기사 목록을 추출했습니다. 중앙지, 경제지, 지역종합지, 방송사 포함 총 42개 매체에서 나온 기사 7910건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9일부터 5월 3일까지 약 5개월 치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인용문 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4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1948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1556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1493건, 심상정 정의당 후보 867건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뉴스래빗은 이 가운데 '미세먼지' 관련 발언을 정리하고자 '미세', '먼지', '황사', '공기', '대기' 5가지 미세먼지 관련 키워드로 인용문을 추렸습니다. 같은 발언을 언론사가 중복 보도한 경우 핵심 발언만 마인드맵에 1건만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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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910건 발언 중 '미세먼지' 불과 19건

결과는 미세먼지만큼이나 미세했습니다. 빅5 발언을 인용한 보도 7910건 가운데 미세먼지 관련 5대 키워드가 포함된 발언은 19건에 불과했습니다. 1% 점유율은 커녕 0.24% 수준입니다.

19건 중 문 후보 발언이 7건이었습니다. 이어 안 후보가 6회, 심 후보가 5회, 유 후보는 1건이었습니다. 홍 후보의 미세먼지 관련 인용문은 빅카인즈 데이터베이스에 없었습니다.

빅카인즈 7910건 인용문에 미세먼지 관련 발언이 없다고 해서 실제 후보가 단 한번도 발언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검색이나 후보 홍보물을 찾아보면 빈도는 적지만 언급한 경우를 찾아볼 순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 관련 발언 비중이 턱없이 적은 건 변함없는 팩트입니다. 뉴스래빗이 빅5 후보의 정책 분야별 관련 인용문 수를 비교해봤습니다. 앞선 마인드맵 1편 장미대선 빅5, 118일 139갈래 '속마음' 및 2편 말만 "청년, 청년"…대선 청년정책 불과 0.99%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야별 인용문 수를 다시 집계했습니다. ▲미세먼지를 포함, ▲일자리 ▲개헌 ▲재벌 ▲군 복무 ▲지방균형발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올림픽 8개 분야별 발언 비중을 따져봤습니다.



1위는 '사드', 안보 정책 발언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사드의 경우 후보 5명 발언이 모두 314건이었습니다. 유 후보 103건, 문 후보 70건, 심 후보 57건, 안 후보 47건, 홍 후보 37건 순입니다. '미세먼지'보다 17배 많습니다.

이어 '개헌'(총 196건), '일자리'(총 164건), '재벌'(총 97건), '지방균형발전'(총 73건, 국토균형·균형발전·지방분권·지방균형 포함), '군 복무'(총 29건), '평창올림픽'(총 22건, 올림픽·평창 포함)이 뒤를 잇습니다.

안보, 정치, 경제 등 빅이슈에 밀려 미세먼지 공약은 찬밥신세였습니다. 8가지 주요 정책 중 '미세먼지'는 '역시나' 꼴찌입니다. 미세·먼지·황사·공기·대기 5가지 키워드를 다 합쳐도 19건에 불과합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미세먼지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았지만 '미세먼지' 이슈는 후보에게도, 언론에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3.미세먼지, 10대 공약에도 '찬밥'

뉴스래빗은 후보 공약집을 뒤져봤습니다. 후보들이 직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는 미세먼지 관련 정책이 있습니다.

문 후보는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홍 후보는 '미세먼지로부터 국민 보호', 안 후보는 '미세먼지 걱정 없는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권리 보장'을 명시했습니다. 유 후보는 미세먼지를 화학물질·원전불안과 함께 3대 환경 문제로 봤습니다. 심 후보는 '국토 환경 치유 및 복원'의 한 갈래로 미세먼지 대책을 제시합니다.

빅5의 미세먼지 해결책엔 공통점이 많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감축'과 '친환경차 확산', '국가대응체계 개선'은 문 후보, 홍 후보, 안 후보, 유 후보 모두 같습니다. 문 후보를 뺀 4명은 동북아, 넓게는 동아시아 차원의 관련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안보, 경제, 사회 등 공약과 비교해보면 미세먼지 관련 공약의 중요도는 턱없이 낮습니다. 10대 분야 중 미세먼지를 필두로 한 환경문제의 우선순위는 9~10번째로 꼴찌 수준입니다.
그나마 미세먼지 공약 우선 순위가 높은 건 유승민 후보입니다. 공약 순위 6번에 첫 번째 항목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죠. 다음은 홍 후보입니다. 공약 순위 8번에 2번 항목입니다.

안 후보와 심 후보의 미세먼지 공약은 순위 9번입니다. 안 후보는 그나마 1번 항목인 반면 심 후보는 미세먼지를 독립 공약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문 후보는 미세먼지 공약을 포함한 환경 분야를 우선순위 맨 끝인 10번에 놓았습니다.

#4.미세먼지 정책 예산 '불투명'

10대 공약 내 미세먼지 정책은 구체성도 떨어집니다. 5명 후보 모두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홍 후보와 안 후보는 '자투리 돈이 남으면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홍 후보는 다중이용시설 공기청정기 설치, 유가보조금 지원 등 재원이 필요한 방식을 제시했지만 "예산 증가분 활용 및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입니다. 안 후보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썼습니다.

유 후보와 심 후보는 세금제도를 대폭 개편해 미세먼지 정책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유 후보는 "미세먼지 예산을 국가예산 순위에서 높게 반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심 후보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미세먼지 및 기후정의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미세먼지, 언론·후보 관심 '낙제점'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를 매일 들이마셔야하는 고통, 불행히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일상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을 자처하는 5명 후보는 '미세먼지' 문제를 다른 이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순위도 낮을 뿐 아니라 공약 구체성이 떨어지고, 재원을 마련 대책도 불투명합니다. 19건에 불과한 후보 별 발언도 10대 공약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언론도 후보별 미세먼지 공약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안보, 경제, 일자리, 평창동계올림픽 등 보도에만 매달렸습니다. 미세먼지 관련 빅5 발언 인용보도가 전체의 0.2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빅5 대선후보도, 언론도 모두 미세먼지 문제를 등한시했습니다. 그 사이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 공해는 한반도를 연일 덮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사비를 털어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사들입니다. 5월 연휴지만 많은 어린이들은 미세먼지가 무서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병원마다 기관지염을 호소하는 환자가 넘칩니다. 거실 환기 한번 하기가 무섭습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제대로 숨 쉴 권리', 이 일상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은 과연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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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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