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진화하는 셰일가스

입력 2017-05-08 09:00
채굴기술 발전으로 지하에서 셰일가스 꺼내 써요
생산단가 갈수록 낮아져…일부 산유국 파산 위기

NIE 포인트

셰일가스와 기술혁신의 관계를 조사해보고 기술혁신이 인류문명 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토론해보자.


[ 고기완 기자 ]
조지 미첼의 신기술

셰일가스는 지하 2~4㎞ 깊이에 있다. 보통 천연가스는 밖으로 새어나오는데 셰일가스는 퇴적암층(셰일층)에 갇힌 채 있다. 성분은 일반 천연가스와 같다. 메탄 80%, 에탄 5%, 프로판과 부탄이 10% 들어 있다. 지하 깊숙한 곳에 가스가 있다는 얘기는 19세기부터 있었다. 채굴 기술이 발명되기까지 인류는 10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97년 미국 텍사스주 출신 기업가인 조지 미첼이 ‘수압파쇄공법’이라는 신기술을 들고 등장했다. 기계가 1차로 수직으로 뚫고 들어간다. 시추봉은 ‘ㄴ’자로 수평으로 꺾여 셰일층에 접근한다. 최종적으로 모래와 화학첨가물을 섞은 물을 강력한 압력으로 분사해 가스를 꺼낸다. 이 기술도 초기엔 너무 비싸 경제성이 없었다. 기술은 진화했고 드디어 2011년 ‘셰일혁명’의 깃발을 올렸다.



셰일가스는 기존 천연가스와 달리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남미 러시아 중동 등 세계에 묻혀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없다. 얼마나 많은 양이 묻혀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석유 확인매장량이 매년 증가하듯이 셰일가스도 비슷하다. 추정치는 200조㎥다. 세계에서 60~7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는 미국만이 채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도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셰일혁명의 성공 여부는 생산원가에 달려 있다. 1차 셰일 혁명기(2011~2014년)의 생산원가는 석유 단위인 배럴을 기준으로 50달러 수준이었다. 당분간 이 생산원가를 따라갈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 독점기술이라는 의미다. 생산원가가 낮아지자 채굴량이 증가했다.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량 중 30%를 셰일에서 얻고 있다.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의 ‘자원의 저주’

셰일가스는 세계 에너지 지도를 바꾸고 있다.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이 셰일가스 덕분에 중동산 석유 수입을 줄이자 국제 석유가격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하던 국제 유가는 한때 20달러까지 곤두박칠쳤다. 세계 경제가 안 좋아 석유가격이 내려간 측면도 있지만 석유의 추락은 셰일가스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존 석유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춘 셰일가스가 시장에서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석유 수입량 감소는 공급과잉, 즉 가격 하락을 불렀다.

석유가격의 폭락은 석유를 판 돈으로 나라살림을 꾸리는 산유국에 큰 타격을 입혔다. ‘석유 카르텔’로 불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12개국은 파산 직전에 몰렸다.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을 육성하기보다 땅에서 나오는 자원에 의존해 먹고살던 나라들은 석유를 퍼올릴수록 손해를 보는 형국이 됐다. OPEC 창설을 주도한 석유매장량 1위 국가 베네수엘라는 망할 직전이다. ‘자원의 저주’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한국 경제가 훨씬 건강한 것은 바로 ‘자원의 저주’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강한 제조업을 갖춘 한국이 석유로 먹고산 나라보다 우수하다.

제2차 셰일혁명…석유값 50달러도 붕괴

최근 석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다시 폭락하고 있다. 제2차 셰일혁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셰일가스 생산단가는 최근 배럴당 40달러로 낮아졌다. 50달러라면 셰일로서는 10달러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산유국의 고통으로 연결된다. OPEC 회원국이 셰일에 대항하려면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지탱해야 한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하루 생산량을 120만배럴(한국 연간 수입량 10억26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할 때도 OPEC은 홍역을 치렀다.

신기술은 언제나 인류의 삶에 혁명을 가져온다. 인류는 유사 이래 신기술 덕분에 에너지원을 단순한 근력에서 불→나무→석탄→석유→셰일로 진화시켰다. 혁신은 자연자원이 아니라 근본자원인 ‘인간’에게 달려 있다. 셰일혁명이 주는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