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통한 일자리 창출은 비효율의 누적뿐
정치발전 위해선 경제자유 신장이 필수적
성장 친화 세제개편 통해 기업 활력 높여야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
북극지역의 늑대 사냥은 잔인하다. 칼끝에 동물 피를 묻혀 얼린 뒤 거꾸로 꽂아 놓으면 끝이다. 피 냄새를 맡은 늑대는 혀로 칼을 핥는다. 그러면 이내 늑대는 자신의 피를 먹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늑대는 계속 자신의 피를 먹으며 죽어간다. 제 살 깎기를 한 것이다.
국가 재정을 통한 ‘셀프고용’도 다를 바 없다. 세금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일종의 유혹이다. 정치적으로도 큰 저항에 직면하지 않는다. 혜택을 보는 계층이 분명하고 비용이 광범위하게 분산되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이 과다 고용을 하면 경쟁 기업에 의해 퇴출돼 잘못된 의사 결정은 시장을 통해 교정된다. 하지만 국가는 기업처럼 도산하지 않는다. 비효율이 누적될 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의 논거는 ‘그동안 시장을 통한, 즉 기업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정치권(정부)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 완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았기에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부족은 우리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효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편의(偏倚) 없는 정책 효과를 계측하는 것은 이론적으론 불가능하다. 정책을 ‘시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동시에 직접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 의하면 향후 5년에 걸쳐 매년 3만5000명씩 총 17만5000명의 공무원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수는 그동안 총량제로 묶여, 2008년 97만명에서 2015년 102만명으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만약 5년간 17만5000명을 신규로 뽑는다면 5년 뒤에는 ‘공무원 채용절벽’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비용추계의 문제도 심각하다. 신규 채용 공무원의 급여를 7급 7호봉으로 가정, 연봉 3300만원으로 책정해 5년간 17조2000억원을 계상(計上)했다. 이는 과소 추계다. 기본급 이외에 공무원연금 등 각종 법정부담금과 정근수당을 포함하면 1인당 인건비는 5200만원으로 올라간다. 총계로는 10조원이 더 필요하다. 만약 민간 기업에서 이런 정도로 예산 계획을 세웠다면 그는 해고됐을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는 공기업 및 유관단체 등 ‘기타 공공부문 일자리’ 64만개가 포함돼 있다. 이는 공기업의 자율 경영을 침해하는 것이다. 일자리 81만개는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을 정도로 부풀려진 숫자다.
경제적 자유 없이 정치적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시민들이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국가 이외에 그들로 하여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 민간 시장경제조직, 즉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 발전을 위해 경제자유는 신장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두 사람을 고용하면 정부가 3년간 한 사람의 인건비를 제공하는 ‘2+1’제가 그 사례다. 정부 지원으로 추가 고용된 사람은 누구 말을 들어야 하나.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큰 정부’는 국가의 책임 영역을 넓혀 복지 확대와 증세를 부른다. 세계 15위 경제대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복지 수준을 왜 쫓아가지 못하느냐는 힐난과 ‘중부담-중복지’ 조합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복지 지출은 사회보장제도의 성숙도와 관계가 있다. 노인인구 비율과 사회보장제도 도입 역사, 그리고 국민 부담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지금은 성장 페달을 밟아야 한다. 기업의 활력이 제고될 때 일감이 많아지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성장 친화적 세제개편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일자리를 해외로 내쫓지는 않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기업은 능동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찾아간다. 재벌 적폐 청산식의 선동은 ‘저성장의 구조화’를 고착화할 뿐이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dkcho@mju.s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