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브리오패혈증 환자…예년보다 한 달 빨리 발생
피부에 상처난 채로 바다에 들어가지 말아야
[ 임락근 기자 ]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확진 환자가 지난달 발생했다. 남해 및 서해 일부 지역 해수에서도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됐다. 수온 상승으로 5~7월에 첫 환자가 나오던 예년에 비해 발생 시기가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비브리오패혈증균에 의한 고열과 함께 전신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급성 패혈증이다. 우리 몸은 균이 침입하면 이에 맞서 면역체계가 활발해지는데 이게 과도해지면서 주요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간경변증이 있거나 저혈압 환자가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리면 치사율이 50%를 넘는다. 오염된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었을 때 주로 생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브리오패혈증 확진 환자의 77%가 해산물 섭취 때문이었다.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됐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사람 사이에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다.
비브리오패혈증균에 감염되면 12~72시간가량 잠복기를 거쳐 급성 발열과 오한, 저혈압, 복통,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난다. 다리에 발진, 부종 등 피부 이상이 생기고 출혈성 수포로 변해 괴사성 병변으로 발전한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간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는 유독 비브리오패혈증균에 취약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난 음식들을 날로 먹으면 안 되고 반드시 고온에 익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 항암제를 복용하는 사람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봄이 되면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겨우내 잠잠하던 비브리오패혈증균이 번식을 시작한다. 보통 6~10월에 가장 왕성하다. 올 들어서는 지난 3월에 전남 영광, 4월에 인천 강화와 제주의 해수 및 개펄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이 검출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바닷물의 평균 수온이 작년보다 1도가량 올라 비브리오패혈증균이 예년보다 일찍 번식을 시작했다”며 “지난해보다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많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브리오패혈증은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심한 경우 병변 부위를 잘라내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비브리오패혈증 환자 중 59%가 간질환을 갖고 있었다.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쇼크 상태에 빠져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직까지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비브리오패혈증균은 바다에만 살기 때문에 생선회 섭취나 바닷물 입수만 조심하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하려면 어패류를 85도 이상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고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며 “어패류를 요리하는 데 쓴 도마, 칼 등도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매년 6∼8월 벌인 바닷가 횟집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이달에 앞당겨 하기로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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