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 새 대통령 성공, 100일에 달렸다

입력 2017-05-05 18:11
●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안보 불안 해소
● 탄핵·대선에 갈라진 '민심 대통합' 절실
● 여·야·정 협의체로 경제현안 교통정리를

조각(組閣)·정부조직 개편에만 두세 달
루스벨트처럼 100일 계획 세워야


[ 이재창 기자 ] 새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취임 후 100일에 달렸다. 새 대통령은 당선 확정 즉시 취임한다. 두 달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준비 과정 없이 맞는 정권인 만큼 첫 단추를 잘 채우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취임 즉시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각 부 차관 등 청문회가 필요 없는 공직자는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 지명도 늦출 수 없다. 공무원 조직의 동요를 차단해 ‘일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정부 조직 개편도 시급하다. 불필요한 혼란을 막기 위해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새 정부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한 기본 과제다.

새 대통령에겐 이보다 더 중요한 당면 과제가 세 가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통합이 절실하다. 대통령 공백사태로 빚어진 정상외교를 복원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한다면 성공의 초석을 놓을 수 있지만 거꾸로 실패한다면 가시밭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취임 1주일도 안 돼 ‘100일 계획’을 발표하고 협치를 통해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처럼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100일 비상계획’을 발표하고 정치권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이유다.

새 대통령 앞에 놓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대통령 선거전이 끝나기도 전에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이다. ‘보수 궤멸론’과 ‘좌파 공화국’ 등의 원색적인 용어는 이념 대결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벌써 진보 대통령이 당선되면 보수진영이 담을 쌓고, 보수 대통령이 당선되면 진보진영이 비토하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새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 및 국민통합을 이룰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협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새 정부는 과반 득표를 못하는 ‘소수정권’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여소야대 정국이다. 당장 야당 협조 없인 정부 구성조차 여의치 않다. 양극화 해소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개혁법안 처리는 야당의 협조 여하에 달렸다. 정상적인 준비과정을 거친 박근혜 정부도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두 명이 낙마하면서 조각에 50여일이 걸렸다. 차기 정부는 내각을 구성하는 데 이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

협치는 양보가 대전제다. 대통령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할 때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야당과 불통한 결과였다. 진영논리에 매몰되는 순간 박근혜 정부의 실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가 실종되면 ‘식물국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취임 후 단행할 인사는 국민통합과 협치의 첫 시험대다. 편가르기 대신 능력 있고 필요한 인사는 전 정부 사람이라도 과감히 기용해 ‘코드인사’ 시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안보·외교 위기 극복도 시급한 현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선제타격까지 경고한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불똥이 통상마찰로 번질 수도 있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과의 위안부 소녀상 갈등도 해소가 안 된 상태다. “우리 외교 중심축이 한·미 동맹인 만큼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졸속 회담이 되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초당적 대처를 위해 ‘여·야·정 비상안보 협의회’(가칭) 구성도 검토할 만하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과 재벌개혁 방안 등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각종 반기업 공약이 쏟아졌다. 불필요한 혼란을 막기 위해 대선 때 나온 각종 경제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가지치기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각 당의 입장 차가 큰 경제정책 방향과 일자리 대책 등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여·야·정 경제 협의체’(가칭)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