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바이오 잉크로 인공 장기 만드는 티앤알바이오팹
심장줄기세포를 패치 위에 바로 프린트
붙여서 심근경색 치료
동물실험 대체품도 인공장기 활용해 개발
[ 김근희 기자 ]
경기 시흥시 산기대로 스마트허브 산학융합본부 5층에 있는 티앤알바이오팹 연구실. 실험 접시 위에 3차원(3D) 프린터로 만든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인공 간, 신장, 귀 등이 놓여져 있었다. 한쪽에서는 3D 프린터로 인공 피부를 출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3D 프린터 노즐이 분주히 움직여 진짜 피부처럼 진피층, 표피층이 층층이 쌓인 인공피부가 제작됐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사진)는 “3D 프린터를 통해 세포가 혼합된 바이오 잉크로 피부, 간 등 인공장기와 뼈 보형물을 만들 수 있다”며 “뼈 복원, 동물실험 대체,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얼굴 뼈 상용화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인공장기, 세포 등을 제작한다. 윤 대표는 2013년 스승인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의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이전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조 교수와 20년 넘게 연구한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상용화해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원 32명 중 12명이 연구원일 정도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은 매년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두세 건을 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뼈 보형물과 비슷한 인공 지지체, 바이오 잉크,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망가진 얼굴 뼈 대신 사용하는 인공 지지체 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3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4개 품목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400여명 환자 수술에 쓰여
이 회사의 인공 보형물은 금속 보형물과 달리 인체 삽입 후 2~3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의 보형물처럼 염증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없다. 2014년 9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한 안면윤곽 재건 수술에 이 회사의 3D 프린팅 보형물이 세계 최초로 쓰였다. 지금까지 수술 환자는 400명을 웃돈다. 윤 대표는 “첫 수술에 쓰인 지 2년이 지나면서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초부터 바이오 잉크를 연구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바이오 잉크는 3D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출력한 뒤 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콜라겐 젤라틴 등으로 바이오 잉크를 제조하는 경쟁사와 달리 간 피부 등의 조직을 활용해 만든다. 윤 대표는 “미국 일본 등의 경쟁사 바이오 잉크보다 조직으로 잘 대체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치료제도 개발 중
이 회사는 간, 신장, 귀 등 인공장기를 연구 중이다. 인공장기가 나오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고 치료제도 생산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유럽 등에서 화장품 개발에 동물실험을 금지하면서 인공장기가 주목받고 있다.
포스텍과 함께 3D 프린터를 이용한 줄기세포치료제 ‘심근패치’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심근패치는 심장에 사용되는 줄기세포치료제다. 심근경색이 일어난 심장에 패치를 붙이면 심근이 재생돼 심장이 정상화되게 해준다. 올해 동물실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윤 대표는 “2021년까지 인공장기, 생체 소재, 재생의료 분야 시장 규모는 255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기반의 생체조직과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시흥=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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