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씨 마르는 경매 물건…역대 최저

입력 2017-05-03 19:09
수정 2017-05-04 05:27
이자 상환 부담 적어 '품귀'
해마다 경매건수 큰 폭 감소

노후 대비 경매투자는 증가
은행이자 줄어 월세상품 인기


[ 선한결 기자 ] 전국의 경매 건수가 올 들어 2개월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물건이 점차 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경매 진행 건수는 8817건으로 집계됐다. 이 업체가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반대로 경매에 참여하는 응찰자 숫자는 증가세다. 올 들어 전국 경매 평균 응찰자는 1월 3.9명에서 지난달 4.3명으로 늘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초저금리 지속에 따라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은 줄어드는데 수익형 부동산이나 소형 주택을 낙찰받으려는 수요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건은 줄어들고 응찰자는 늘어나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진행 건수는 8817건으로 종전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3월(8890건)에 이어 최저치였다. 작년 10월(1만93건)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작년 같은 달(1만952건)의 80%, 2015년 같은 달(1만4068건)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경매 물건이 급격히 줄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지난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내리고 10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든 만큼 경매와 직결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하락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14년 12월 0.41%에서 지난 3월 0.2%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통상 채무자 연체 후 경매 물건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8개월 정도 걸린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시장 규모가 작년에 비해 반토막으로 축소된 만큼 좋은 물건도 줄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소수의 특정 물건에만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국 경매 낙찰 건수는 3703건으로 2001년 이후 월별 통계로는 작년 12월(3608건), 지난달(3629건)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반면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은 올해 1월 71.7%에서 지난달 74.8%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소형 주택과 상가 인기

경매 물건이 크게 줄었음에도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 대신 임대수익으로 노후 대책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경매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소형 상가와 주택 등에 응찰자가 주로 몰린다. 경매로 낙찰받은 상가는 권리금을 낼 필요가 없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굳이 경매까지 가지 않아도 담보권자(은행)가 시세에 근접하게 시장에서 팔 수 있다”며 “상가의 경우 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매수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경매 물건은 대구시 황금동 소재 주상복합 해피하우스투인원(39.8㎡)으로 58명이 응찰했다. 대구 월성동 322㎡ 규모 근린상가에는 47명이 몰렸다. 한 차례 유찰도 없이 낙찰가율 129% 선인 11억200만원에 팔렸다.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175㎡)에도 50명이 몰렸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의 110% 선인 15억9399만원에 낙찰됐다. 이창동 연구원은 “경매로 싸게 집을 마련해 시세 하락 위험을 피하려는 실수요자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전원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토지도 인기다. 강원 원주시 금창리 소재 600㎡ 논은 56명이 응찰했다. 이 논은 5701만원(낙찰가율 211%)에 팔렸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경매 시장이 변동성이 심한 주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올 하반기 경매 물건 공급량이 달라질 것”이라며 “응찰 기준과 가격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물건을 선별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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