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지 "중국과 작년 8월부터 비밀협상…북·미평화협정도 제시"
[ 김동윤 기자 ]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총 6000억달러(약 678조원)에 달하는 무상원조와 북·미평화협정 체결 두 가지를 중국 측에 제시했다고 홍콩의 월간지 쟁명(爭鳴) 5월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은 작년 8월께부터 핵 폐기를 위한 비밀협상을 벌여왔다.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한 첫 번째 조건은 중국·미국·일본·러시아·한국이 10년 기한으로 매년 600억달러의 무상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북한은 또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철회와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아울러 북·중, 북·러시아 지도자가 각각 협약에 서명하는 방법으로 정권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요구도 했다고 쟁명은 전했다.
하지만 북·중이 핵을 폐기하는 수순과 방식과 관련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고 쟁명은 덧붙였다.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나 유엔 전문가들로 구성한 사찰팀을 북한이 받아들이고, 북한이 60일 내에 핵장치와 원료를 폐기할 것을 주장하면서 경제원조의 형식이나 금액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북한은 요구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3년 안에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쟁명은 전했다.
쟁명은 이어 지난달 16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 직후 중국 외교부가 박명호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를 불러들였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석유공급 중단, 북·중 국경 폐쇄 등을 포함한 중국의 엄중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