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탈당·단일화 압박 이어질 듯
안종범에 인사청탁 논란 불거져
[ 김채연 기자 ] 낮은 지지율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사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유 후보가 독자 완주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은재 의원에 이어 3선 중진의 홍문표 의원까지 탈당하기로 하면서 당내 자중지란이 심화되고 있다.
홍 의원을 포함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의원 10여명은 1일 오후 여의도 인근 한 호텔에서 만나 당 진로와 관련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바른정당이 요구했던 국민의당, 자유한국당과의 ‘3자 원샷 단일화’가 유 후보의 반대로 물 건너간 만큼 유 후보가 조건 없는 사퇴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선 홍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가운데 나머지 의원들이 집단 행동을 거론하며 적극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이날 회동 직후 “나는 이미 결심이 섰기 때문에 가능하면 좋은 안을 수용해 행동하려 했는데 오늘 좋은 안이 갑자기 한두 개 나왔다.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함께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 마지막까지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2일까지 사퇴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홍 의원은 한국당에 복당해 홍준표 후보를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의원들도 유 후보가 끝까지 완주를 고수하면 사전투표일인 4일 전에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일화파 의원 사이에서도 입장은 엇갈린다. 바른정당과 정책 방향이 비슷한 국민의당과의 단일화를 선호하는 의원이 있는 반면 일부는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홍 후보로의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무성, 주호영,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후 유 후보를 만나 당내 의견을 전달하며 단일화를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후보는 여전히 독자 완주 의사가 확고하다. 유 후보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끝까지 간다’는 제목의 글로 “우리가 가겠다고 나선 개혁 보수의 길은 애초부터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며 “그럼에도 그 길을 선택한 것은 진정으로 보수가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뜻을 품었고 그 뜻이 옳다고 믿는다”며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못박았다. 이미 기초의원 상당수가 탈당해 한국당 복당이 본격화된 상태에서 현역 의원의 추가 탈당 움직임까지 확산되면 바른정당 몰락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