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명품, 명작을 만나다

입력 2017-05-01 17:01
아트 컬래버레이션 열풍

다빈치·반고흐 작품 그린 루이비통 핸드백
셰익스피어·앤디 워홀 기린 한정판 만년필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특별한 디자인 탄생


[ 민지혜 기자 ] 흔하지 않은 나만의 명품을 찾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예전에는 큼지막하게 로고가 박힌, 그래서 누구나 명품이란 걸 알 수 있는 제품을 선호했다면 이젠 아니다. 좋은 품질의 가죽을 쓰거나 색다른 디자인을 채택한 독창적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티스트와의 협업(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명품들. 명품이 지닌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에 예술성까지 더하니 그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명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아트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내 가방으로 들어온 작품

루이비통은 예술가들과 꾸준히 협업 제품을 만들어왔다. 19세기 파리의 트렁크 제작사로 출발한 루이비통은 혁신적 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예술가들과의 협력을 추구했다. 1920년대에는 매장에 제품을 진열할 때도 예술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 2001년 내놓은 스테판 스프라우스와의 협업 제품은 모노그램 가방에 그래피티 장식을 더해 큰 인기를 끌었다. 과감한 시도였음에도 그 가방은 루이비통의 대표 가방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멀티컬러 모노그램 컬렉션을 내놓으면서 젊은 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소 어두운 색 위주였던 모노그램 가방이 밝아지자 여성들이 선호했고 지금까지도 다카시와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루이비통은 올해 제프 쿤스와의 협업 제품을 내놨다. 다빈치, 티치아노, 루벤스, 프라고나르, 반고흐 등 대가들의 작품을 가방과 액세서리에 담았다. 특히 스피디, 키폴, 네버풀 등 루이비통의 베스트셀러에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새겨넣었다. 말 그대로 예술작품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최고의 수공예 기술과 재료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모든 제프 쿤스 가방에는 쿤스가 꾸준히 사용해온 토끼 모양의 액세서리가 달려 있다. 쿤스의 전기와 초상화가 담긴 책자도 같이 준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만든 구찌 고스트 라인은 과감한 패턴을 사용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스트리트 아티스트 트러블 앤드루와 협업한 고스트 라인은 구찌 고유의 GG 로고 위에 그래피티 디자인을 얹어 생동감을 살렸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드 피시와 협업한 제품은 타로 카드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동물이나 사람 캐릭터를 과감하게 배치하고 원색과 파스텔톤 등 다양한 색상을 썼다.

버버리는 기존의 인기 제품이던 럭색에 영국 아티스트 헨리 무어의 감성을 담았다. 헨리 무어의 석판화 ‘팔라스 헤드’에서 착안한 모티브를 럭색 전면에 달았다. 여성용 미디엄 사이즈는 소녀시대 유리가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버리 럭색 고유의 쿠션감 있는 어깨끈과 가죽 트리밍, 트렌치코트 소재인 개버딘과 비슷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나일론 소재가 특징이다. 가벼운 데다 방수 기능도 갖춰 실용적이라는 설명이다. 남성용으로 라지 사이즈도 나왔다. 최대 세 글자까지 이니셜을 새길 수 있다.

신발 만년필도 예술작품처럼

이탈리아 명품 슈즈 브랜드 산토니도 동참했다. 산토니를 대표하는 신발인 화이트 스니커즈 위에 토일렛페이퍼 프린트를 입혔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피에르파올로 페라리와 함께 만든 이 그래픽은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동산의 뱀을 각양각색의 색으로 그려 넣었다. 불규칙한 패턴, 뱀이 그려내는 곡선, 원색의 조화가 독특하다.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도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중요시하고 있다. 1992년부터 매년 아주 적은 수량으로 작가 에디션 필기구를 내놓고 있다. 문학 역사상 위대한 작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의 뜻을 담았다. 올해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맥베스 등 걸작을 다수 남긴 영국의 시인이자 배우,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선택했다.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몽블랑 셰익스피어 에디션은 기존 제품과 달리 고급 레진 소재의 뚜껑(캡)을 8각형으로 디자인했다. 유명 극장인 글로브를 형상화한 것이다. 또 그가 즐겨 사용하던 깃털펜의 결 패턴을 만년필 몸통에 사용했다. 특히 세계에서 1597점만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판된 1597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당시 왕족과 귀족만 사용하던 로열 블루 색을 썼다.

팝 아티스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기리는 한정판 필기구도 내놨다. 몽블랑 앤디 워홀 스페션 에디션은 토마토 수프 깡통 4개를 뚜껑에 정교하게 그려 넣었다.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 시리즈’를 고스란히 옮긴 것이다. 그의 출생연도에서 따온 ‘앤디 워홀 리미티드 에디션 1928’은 꽃의 반복 배치뿐 아니라 닙(펜촉)에 달러 기호를 새겨넣는 등 앤디 워홀을 상징하는 다양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 밖에 재즈 음악의 거장인 마일스 데이비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음표, 트럼펫 등을 새겨 넣은 마일스 데이비스 스페셜 에디션도 내놨다. 몽블랑 관계자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은 혁신적인 제품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