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 해외 유보금만 2.6조달러…세금 깎아줘도 U턴 힘든 까닭

입력 2017-04-30 20:03
수정 2017-05-01 05:44
수익금 대부분 공장 등에 묶여 본국으로 송금하기 어려워

세제개편안 의회통과도 불투명

부시도 과세율 5%대로 낮췄지만 기업들, 자사주 매입·배당 치중
미국내 투자·고용 증가 효과 작아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고 있는 이익금이 매년 늘어나면서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는 금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주 법인세율 인하를 포함한 파격적인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율 인하와는 별도로 기업이 해외 수익금을 미국 내로 들여올 때는 특별히 추가 감세하겠다는 방안도 포함했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CNBC 방송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기업들의 해외이익금 환류를 유도해 미국 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재정적자를 메우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무엇보다 해외수익금의 절반가량인 1조3000억달러는 현금이 아니라 현지 공장과 설비 등 비유동성 자산으로 묶여 있어 미국으로 송금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해외수익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경우 적용되는 세율을 현행 35%에서 한 자릿수로 낮추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트럼프 정부가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2004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고 미국에 들여오는 해외수익금에 5.25%의 낮은 세율을 적용(배당수익에 대한 일회성 감세)한 사례를 소개했다. 미 국세청에 따르면 당시 해외수익금 약 3분의 2에 이르는 3620억달러가 들어왔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회가 해외수익금에 적용하는 세율을 2004년과 같은 파격적인 수준으로 낮추면 이론상 1조7000억달러(2조6000억달러의 3분의 2)가 미국에 유입되겠지만 지금은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아 당시와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수익금 유입으로 인한 세수효과 역시 미미해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고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감세안이 시행되면 재정적자 규모는 향후 10년간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채울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세제 개편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해외수익금의 본국 송금 시 적용되는 세율을 2004년 당시와 같은 5.25%로 적용하고 2조6000억달러의 절반을 미국으로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세수 증가는 600억~70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해외수익금에 대한 세율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가 기업에 ‘세금 휴일’로 불리는 극히 낮은 세율의 인센티브를 제시해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투자와 고용이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포브스는 2004년 세제 혜택을 받고 들여온 해외수익금 대부분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늘리는 데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해외수익금을 미국 내 추가 투자로 연결시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