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지정 선뜻 못해
기업들은 자체 연휴계획 수립
[ 백승현 기자 ]
최장 9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5월 초 황금연휴는 물 건너가는 것일까. 대통령선거 판세와 유력 후보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가 연초부터 만지작거리던 임시공휴일 지정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고위 관계자는 26일 “2015년 8월14일과 지난해 5월6일은 내수 진작을 위해 공휴일로 지정했으나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어느 부처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행여 엉뚱한 결정으로 대선후보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몸조심 중이라는 얘기다. 임시공휴일 여부는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 등에서 지정 요청을 하면 인사처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5월 첫주에는 1일(월) 근로자의 날, 3일(수) 부처님오신날, 5일(금) 어린이날 등 징검다리 휴일이 몰려 있어 2일과 4일만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총 9일 연휴가 된다. 하지만 4일과 5일이 대선 사전투표일인 데다 통상 연휴가 길어지면 투표율이 낮아진다는 점 때문에 현재로선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앞서고 있긴 하지만 선거 판세가 아직 요동치고 있다는 점도 황금연휴 성사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젊은 층 투표율이 낮아지면 20~30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누를 끼치게 되고, 반대의 경우 다른 후보들의 득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유력 후보 캠프로부터 모종의 사인이 있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임시공휴일 지정 가능성이 제로”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연휴 계획을 짜고 있다. 직원들을 두 부류로 나눠 2일과 4일에 각각 연차휴가를 쓰게 해 5일간(4월29일~5월3일, 5월3~7일) 연휴를 즐기게 하는 식이다.
아직 희망이 있긴 하다. 작년에도 정부는 5월6일 임시공휴일 지정 가능성을 줄곧 부인하다 직전 주인 4월28일에 가서야 결정을 내렸다. 올해 5월 황금연휴설도 정부에서 먼저 나왔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1월 “5월 연휴가 되면 내수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을 서두른다면 물리적으로 황금연휴가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