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5층 1580가구로 변신
주민동의율 85% 확보, 용산구에 조합설립인가 신청
대형 평형 28동의 고집
"한강 조망 로열층 우선 배정을"…주민 절반 강력 요구 부딪혀 조합, 토지분할소송 진행
28억까지 껑충 뛴 집값
전용 168㎡ 올초보다 3억 올라…전용 102㎡도 17억대 매물
[ 설지연 기자 ]
서울 강북권 재건축 시장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가 한강변에 자리잡은 28동을 빼고 재건축하기로 했다. 28동 탓에 조합설립 요건(전체 75%·동별 50% 초과 동의율)을 맞추지 못하면서 재건축이 장기간 표류하자 28동을 구역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했다. 대형평형으로 구성된 28동 주민은 재건축 후에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에 우선 배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 동 제외한 재건축 추진
한강맨션 주택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 25일 용산구청에 조합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1971년 입주한 한강맨션(660가구)은 한강변에 자리한 데다 대지지분이 많아 사업성이 높은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혔다. 2003년 일찌감치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했지만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올 들어 사업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22일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고 88%의 주민동의율을 확보했다. 다만 한강변 28동(전용 168㎡)은 사업에서 빼기로 했다. 20가구 중 10가구만 찬성해 동의율 과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동 10가구는 한강 조망권을 가진 로열층 배정을 요구하면서 주민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같이 반대하던 38동의 주민동의율은 60%를 넘었다.
법적으로 총 23개 동인 한강맨션은 21개 동만 찬성해도 재건축이 가능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4항은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전체의 10분의 1 이하면 토지분할이 완료되지 않아도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가 분할 재건축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28동을 빼면 기형적으로 동호수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데다 서울시는 통합적·체계적으로 재건축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송업용 추진위원장은 “28동에서 한 가구만 찬성으로 돌아서면 통합 재건축이 가능하다”며 “토지분할 소송과 주민 설득을 동시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이촌동 메인도로변 상가도 함께 재건축하기로 했다. 상가동 주민의 동의율도 50%를 넘어섰다.
◆아파트값 들썩
조합 설립이 가시화하자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올초와 비교해 실거래가가 3억원가량 뛰었다. 전용면적 168㎡는 지난달 25억5000만원에 팔린 데 이어 현재 28억원을 호가한다. 2월 16억7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02㎡도 현재 17억~17억5000만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지지분이 많아 재건축 때 부담금을 내기는커녕 돈을 환급받을 수 있어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맨션의 조합 설립 소식은 인근 신동아아파트와 왕궁·삼익 등의 재건축 추진 단지에도 자극을 줄 전망이다. 남산을 등지고 있는 한강변 대단지인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는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재건축 공공관리를 지원할 전문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이르면 6월께 예비추진위원장 선거를 열고 오는 10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촌동 삼익아파트와 왕궁맨션은 층수를 새롭게 결정하기 위한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들은 한강과 가까운 동의 층수를 20~30층대로 올리는 내용의 정비계획변경안을 잇달아 내놨다가 서울시가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강변과 맞닿은 아파트 동은 15층, 안쪽으로 들어간 동은 25~35층으로 지어야 한다. 여기에 맞춰 왕궁맨션 재건축조합은 용적률 245.5%를 적용해 한강변 동을 15층, 뒷동을 31층으로 짓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이달 용산구에 제출했다.
삼익아파트는 2월 서울시에 27~3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신청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자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층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한강조망권 확보가 어렵지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 규제를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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