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으로 조기 암 검진하는 지노믹트리...내년 상반기 서비스 내놓는다

입력 2017-04-26 09:07
수정 2017-04-26 22:22

대장 내시경 검사는 고통스럽다. 내시경 기기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꺼림칙한데 전날부터 장을 비워내기 위해 4L 넘는 장 세정제를 마시고 밤새 설사를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이 때문에 두 번 다시 대장 내시경을 받지 않겠다며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이런 고통을 겪지 않고 대장암을 진단할 수는 없을까.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는 “대변은 대장의 상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귀중한 보고(寶庫)”라며 “대변을 분석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내년 상반기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 민감도, 특이도 등이 모두 90%가 넘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며 “1㎝ 미만의 용종도 40%는 잡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건강검진센터에서도 대장 내시경 검사와 별도로 대변 검사를 하고 있지만 혈변이 있는지를 보는 수준에 그치고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은 아예 잡아내지 못한다.

분자진단으로 암을 검진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인 지노믹트리는 2000년 출발했다. 미국에서 분자바이러스학을 공부한 안 대표는 생명체의 가장 작은 단위인 분자의 변화를 포착하면 염증 감염 암 등 신체적 변화를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어떤 분자적 변화가 암세포의 징조인지, 어떤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그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검증하는 데만 10년 넘는 세월을 보냈다.

지노믹트리는 연구소나 연구자들에게 분석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부과제를 따내 연간 20억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해 회사를 꾸렸다. 안 대표는 “바이오벤처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국 연구개발”이라며 “제품을 팔아 매출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을 계속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정부 과제를 타겟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첫 결과물은 2014년에 나왔다. 지노믹트리는 혈액으로 대장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등급은 혈당치를 측정하는 키트와 같은 수준으로, 진단용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암 진단’이라는 용어를 제품명에 붙일 수도 없고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갑작스레 의료기기제조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한 탓이었다.

안 대표는 혈액이 아닌 대변을 시료로 쓴다면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한 단계 더 높은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허가를 받은 키트 판매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대변을 활용한 대장암 검진 키트 개발에 매진했다. 그는 “배변 과정에서 대장 안에 있는 수천만개의 세포들이 대변과 함께 배출된다”며 “어떤 물질이 어디서 온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혈액보다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대장 내시경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강검진 대상자 중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의 비율은 30% 수준이다. 안 대표는 “대변만으로 대장암 위험도를 알 수 있는 키트가 상용화되면 대장암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노믹트리는 대장암에 이어 방광암과 폐암도 소변과 혈액으로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마커 발굴은 마쳤다. 대장암 키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임상시험을 신청한 상태다. 안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대장암 진단 키트 상용화에 이어 2019년에는 방광암과 폐암을 진단하는 키트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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