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내 경제는 한파…’ ‘훈풍인데 나는 왜 이렇지’ ‘현실 외면한 경제 지표’ ‘경제학자들 때문에 화병 날 지경’ ‘경제 안에 자영업자와 청년 사업가, 중소기업은 빠졌나’ ‘서민 경제는 외환위기 때만 못한데…’
최근 한국 경제를 다룬 각종 보도에 공통적으로 따라붙는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다양한 연구기관과 한국은행 등이 분석한 수출, 소비심리, 투자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를 보면 대부분 ‘경제 지표는 좋아졌다는데, 체감하긴 어렵다’는 댓글이 주를 이룹니다.
25일만 해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한은이 2017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자료를 발표하면서죠.
자료를 보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등으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1.2로 집계됐거든요. 전월보다 4.5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CCSI가 장기 평균값인 100을 웃돌기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만입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CCSI가 기준값(2003~2016년 장기 평균치)인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승 폭은 2.9포인트가 올랐던 2013년 10월 이후 최대입니다.
올 1월(93.3)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이 지수는 2월 94.4로 회복된 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수출 호조와 신(新)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더라고요.
소비심리 뿐 아니라 앞서 발표된 각종 경제 지표도 한국 경제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가 꿈틀거리면서 한국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통화기금 등은 잇따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았고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에 봄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출이 한국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은 건 맞지만 본격적으로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CCSI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101.6)보다 여전히 낮고, 경제 지표와 엇갈리는 실물 현장의 목소리도 근거로 꼽히고 있죠.
당장 봄 정기 세일에 나선 백화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이뤄진 봄 세일 기간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소폭 하락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공격적으로 매장 확대에 나선 신세계백화점만 매출이 상승했지만 투자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일 뿐 매출 회복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하네요.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을 이같은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 차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용 시장이 좋아져 국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에도 온기가 퍼지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들이 올해 고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업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소득수준간 양극화가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 격차를 발생시키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니 돈을 쓸 사람이 많지 않고 돈이 흐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무리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놔도 근본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금융회사를 포함한 제조업들은 인공지능(AI) 도입, 업무의 시스템화, 해외 시장 개척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 고용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아졌거든요. 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대선 후보자들이 이런 실물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현실성 있는 정책을 고민했으면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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