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법 속에 담긴 토론전략
[ 손성태/은정진 기자 ] 네 차례에 걸쳐 TV토론이 열리면서 대선후보들의 토론 스타일과 특유의 화법이 화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 밝히지 않았습니까” “확인해보세요” 등으로 상대 후보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지지율 1위 후보로서 공격적인 질문을 방어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할당된 총량시간을 아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신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의도적으로 “첫째 둘째 셋째”로 나눠 답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국민의당 ‘기호 3번’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날 특유의 돌출 발언으로 상대 후보를 무장해제시킨 동시에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곤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안 후보를 몰아붙이자 “말로는 이길 수가 있나” 하고 껴들었다. 지난 토론회부터 자신과 토론에 응하지 않은 심 후보를 변칙 공격한 것이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5·18 유공자에게 가산점을 주면서 군 전역자에겐 왜 가산점을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문 후보가 “여성과의 형평성 등 차원에서 가산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자 홍 후보는 느닷없이 “군내 동성애가 군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다. 당황한 문 후보가 “군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자 홍 후보는 “그런데 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청광장에서 동성애자 행사를 허용하느냐”고 몰아붙였다. ‘문재인과 동성애 반대’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홍 후보는 심 후보가 이날 사회를 맡은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에게 밤샘 끝장토론을 제안하자 “난 집에 갈 테니 알아서들 하시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심 후보는 상대 후보를 공격한 뒤에는 “정확히 아셔야 할 것 같아요”란 말로 끝을 맺곤 했다.
손성태/은정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