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문 실체 파헤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26일 개봉
마을 청년들이 마약범 잡는 로컬수사극 '보안관' 볼거리
해방 직후 살인사건 다룬 스릴러 '석조저택…'도 눈길
[ 유재혁 기자 ]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 등 주요 배급사들이 이색 수사극으로 5월 스크린 대결을 펼친다. 조선시대 왕과 사관이 수사에 직접 나선다는 설정을 한 CJ E&M의 사극 ‘임금님의 사건수첩’(26일 개봉), 부산 기장지역 주민들이 마약범 검거에 뛰어드는 내용의 롯데엔터테인먼트 ‘보안관’(5월6일), 해방 직후 시체가 없는 살인사건을 법정에서 가리는 이야기를 그린 씨네그루의 ‘석조저택 살인사건’(5월9일) 등이 잇따라 개봉한다. 과거의 특정한 곳으로 데려가고, 왕이나 일반인을 수사관으로 내세우는 등 기존 수사물 형식을 벗어나 관심이다.
문현성 감독의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총명한 왕 예종(이선균 분)과 비상한 기억력의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한양에 떠도는 괴소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분전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예종과 이서는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과학지식을 총동원한다. 특히 두 인물의 파격적인 행동은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예종은 이서를 친구 대하듯 “야”라고 부른다. 이서는 어리숙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로 예종의 뒤통수를 때린다. 폭죽과 화약 등을 동원한 장면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는 영화적 상상력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인물들은 사극의 틀 안에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있어 눈에 띈다.
김형주 감독의 ‘보안관’은 과잉 수사를 지적받아 해운대 기장으로 낙향한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자율방범대 컨테이너를 아지트로 동네 반백수 남자들을 거느리고 대소사를 관장하는 자칭 보안관 행세를 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해운대에 마약이 유통되고, 식품회사로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은 리조트 건설을 위해 찾아온다. 대호는 전과자인 종진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해 처남 덕만(김성균)과 함께 행적을 추적한다. 그러나 의혹은 번번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민심은 돈 많은 사업가 종진에게로 쏠린다. 대호의 의심은 잘못된 것일까?
기장 주민들의 사투리와 주변 경관을 한껏 살린 ‘로컬 수사극’이다. ‘기장 아재’로 변신한 이성민의 연기가 볼거리다. 친근하고 수더분한 매력을 내세웠던 그가 오지랖 넓은 주민으로 분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폭발시킨다. 드라마 ‘미생’에서 얻은 신뢰의 이미지를 가져오되, 진중함을 걷어낸 뒤 열정적인 모습을 캐릭터에 가미했다. 몸에 꼭 끼는 쫄티에 금목걸이를 걸치고 탄탄한 근육과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 남성미를 장착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정식, 김휘 감독)은 해방 후 경성 최고의 재력가와 과거를 지운 운전사 등이 잘린 손가락만 남긴 의문의 살인사건에 얽혀들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최근 공개한 예고편에서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최승만(고수)이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도진(김주혁)을 보고 “오늘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한다. 여기에 차분한 태도와 서늘한 눈빛의 남도진 캐릭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사체가 없는데 재판부가 어떻게 이걸 살인사건으로 받아들입니까”라며 사건을 무마하려는 변호사(문성근), 유일한 증거인 잘린 손가락을 재판부에 제출하는 검사(박성웅)의 모습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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