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씩 줄 서던 한식뷔페…2년도 못 가 '시들'

입력 2017-04-25 17:54
"산해진미 2만원대" 인기
한식뷔페 4곳 출점 경쟁

"메뉴 똑같다" 고객들 식상
자연별곡은 일부 지점 폐점
키즈·계절 메뉴로 변화 나서


[ 김보라 기자 ]
‘대기 시간 2시간. 2개월 뒤에나 예약 가능.’

2년 전 한식뷔페가 한창 인기를 끌 때의 모습이다. CJ푸드빌 계절밥상, 이랜드파크 자연별곡, 신세계푸드 올반, 풀잎채 4강이 경쟁했다. 다양한 메뉴의 한식을 1만~2만원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긴 줄을 섰다. 지금은 다르다. 줄 서는 곳도 거의 없고, 새로 문을 여는 매장도 눈에 띄게 줄었다. 작년부터 한식뷔페 인기가 급격히 시들해졌다. 업체마다 매장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는 데 게을렀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년 만에 인기 왜 시들었나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한식뷔페 신규 출점은 CJ푸드빌의 계절밥상 네 곳이 전부다. CJ푸드빌은 2013년 대기업 중 가장 먼저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계절밥상 매장은 현재 49개. 작년부터 출점 속도가 느려졌다. 2014년 26개 매장을 열었지만 작년엔 12개에 그쳤다.

이랜드 자연별곡은 2014년 20개 점포를 열고 이듬해 49개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지난해 문 연 점포는 두 곳뿐이었다. 수유점, 노원점, 양재점, 서면주디스점 4개 매장은 수익성이 낮아 폐점했다. 이랜드그룹은 더 이상 한식뷔페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자연별곡을 매물로 내놨다. 신세계푸드 올반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4년 2개 매장에서 시작해 다음해 10개 매장을 추가했지만 지난해 세 곳을 추가로 연 뒤 더 이상 출점을 하지 않고 있다. 한식뷔페를 찾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초기에 점포 수 경쟁에만 집중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점포 수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후발 주자인 자연별곡은 가격을 1000~2000원 낮춰 잡았다.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도 따라가지 못했다. ‘집밥에서 산해진미까지 한 번에 즐긴다’는 초기 콘셉트는 반짝 인기에 그쳤다. 점차 “한식뷔페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킬러 메뉴’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 한 관계자는 “외식 사업이 같은 메뉴로는 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메뉴 개발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말했다.

◆맥주 무제한 등 변화 모색

한식뷔페가 양적 성장을 끝내고 질적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계절밥상과 올반은 메뉴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계절밥상은 올 들어 문정점, 의정부 홈플러스점, 부산 하단역점, 평택점 등에 ‘계절로’를 도입했다. 계절로는 매장 중앙에 채소와 소고기 등의 진열대를 설치해 각자 재료를 가져와 테이블 위 인덕션에서 샤부샤부 식으로 즉석 요리해 먹는 방식이다. 전골, 버섯칼국수, 볶음밥, 즉석떡볶이 등을 취향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게 했다. 계절 특산물 메뉴도 확대했다.

올반은 매장 수를 늘리지 않고 15개 매장의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내걸었다. 너비아니 버거, 한입 탕수육, 로제 파스타 등 키즈 메뉴를 만들고, 평일 저녁 생맥주 무제한 서비스를 하는 등 상권에 맞게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한식뷔페의 경쟁 품목인 가정간편식(HMR)으로 확장하는 곳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반을 HMR 전문브랜드로 키우는 중이다. 한식뷔페 매장은 안테나숍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반은 지난해 9월 ‘올반 육즙가득 왕교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종의 HMR 제품을 출시했다. 올해는 메뉴를 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풀잎채도 전 매장에 ‘풀잎마켓’ 코너를 마련했다. 풀잎채의 인기 메뉴를 포장해 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매장에서 판매한다. 멍석말이 돈구이, 산들나물 4종, 느린식혜 등 15개 품목의 HMR 제품을 판매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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