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모바일]1조 '통 큰 베팅'으로 DDI 인수…더블유게임즈의 비결은?

입력 2017-04-24 16:10
수정 2017-04-24 16:14
평소 'M&A로 퀀텀점프' 공언
시너지 강조한 CEO '뚝심' 주효
자문사·재무적 투자자와 긴밀 협력
글로벌 대형업체와 싸움서 승리


[ 유하늘 기자 ] 국내 게임업체 더블유게임즈가 몸값만 1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소셜카지노 게임 개발사 미국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지난 18일 인수하면서 화제가 됐다. 짧은 기간에 국내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비결은 최고경영자(CEO)의 ‘뚝심’과 회사 및 자문사, 재무적투자자(FI) 간 긴밀한 협업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201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더블유게임즈의 김가람 대표(39·사진)는 줄곧 “M&A를 통해 퀀텀점프(대약진)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출혈 경쟁을 하기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사들이는 게 효율적인 성장 전략이란 판단에서다.

대표작인 ‘더블유카지노’가 페이스북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5위권 밖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주가는 3만원대(지난 3월)로 공모가(6만5000원)에 비해 반토막 난 상태였다.

김 대표는 올초 원용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인극 최고전략책임자(CSO)를 투톱으로 하는 M&A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김 대표는 ‘연봉 0원’을 선언하고 M&A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다른 임원들도 성과급을 포기하고 기본급만 받았다.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120억원을 예비 인수자금으로 쌓았다.

기회는 3월 초 찾아왔다. 세계 1위 슬롯머신 제조업체 미국 인터내셔널게임테크놀로지(IGT)가 2012년 인수한 DDI를 매물로 내놨다. DDI는 애플의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 매출 기준 세계 1위, 페이스북 기준 2위의 글로벌 소셜카지노 게임 회사다.

매출이 절반도 안 되는 더블유게임즈가 인수하기엔 버거운 상대였다. 지난해 매출은 더블유게임즈가 1556억원, DDI가 3162억원가량이었다. 더블유게임즈는 자체 자금으로 중소형 업체를 사들인다는 당초 계획을 바꿔 골리앗을 삼키기 위한 ‘다윗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1조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더블유게임즈 자체 보유 자금은 4000억원가량. 관심있는 투자사와 손을 잡아야 했다. 비밀리에 소식을 접한 토종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의기투합했다. 삼성증권도 인수금융 지원에 나섰다. 보름 만에 더블유게임즈 3500억원, 스틱 3000억원, 삼성증권 2925억원으로 최종 인수 구조가 짜였다. 베팅 가격은 9425억원이었다.

인수 경쟁자는 대부분 슬롯머신을 제조하거나 카지노를 운영하는 글로벌 대형 회사였다. 경쟁자들을 꺾으려면 ‘실탄’ 외에 매각자의 구미를 돋울 만한 매력이 필요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온라인 소셜카지노 게임업체란 점을 내세웠다.

전략은 먹혀들었다. IGT는 DDI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이자 사업 파트너로 더블유게임즈를 택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사업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앞으로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더블유게임즈는 오는 6월까지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소셜카지노 게임 시장 점유율 10.8%를 차지하는 글로벌 2위 회사로 발돋움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수평적 결합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 세계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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