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압박 수위 높이는 중국…"추가 핵실험 땐 원유공급 대폭 축소"

입력 2017-04-23 18:13
중국, 북한에 초강력 경고 메시지

"핵 이외 북한 정권 전복 노린 전면전 땐 군사개입"
북한, 25일 창군 기념일…핵·미사일 도발 나설수도
"무력사용 힘들어…외교해법 촉구한 것" 분석도


[ 김동윤/정인설 기자 ]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22일자 신문에 실은 사평(社評·사설)의 요지는 크게 △외교적 방법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최우선 △북한 체제 전복 위한 전면전 용인 불가 △대북 원유 공급 축소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 용인 등 네 가지다. 이 중 ‘원유 공급 축소’와 ‘핵시설 타격 용인’은 중국 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 기조와는 크게 상반되는 것이어서 북핵 문제 당사국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환구시보는 과거 베이징 외교가에서 극단적인 민족주의 성향의 매체여서 중국 주류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작년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관영 언론들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환구시보를 손에 들고 “내 사무실에도 이 신문이 있다”고 언급한 뒤부터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환구시보의 이번 사평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최근 입장과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핵 문제 마지노선 제시한 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가 이번주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5일 북한 인민군 창건일과 28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핵 관련 특별회의를 계기로 북한이 추가 핵 도발을 감행할 수 있어서다. 환구시보의 사평은 1차적으로 북한의 추가 핵 도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 빠지지 않고 참여하면서도 원유 공급 중단(대폭 축소)에는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하지만 지난 6, 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부터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환구시보는 지난 12일자 사평에서 “북한이 ‘마지노선’을 또 한번 넘는다면 중국 사회는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유엔의 추가 제재에 찬성표를 던지길 원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22일자 사평에선 “유엔의 추가 제재에 원유 공급의 심각한 축소가 포함돼야 한다”며 분명한 어조로 한층 더 강하게 북한을 압박했다.

비록 “원유 공급중단 조치는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마지노선”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원유 공급 축소 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르겠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 중국의 태도에 비춰보면 확연히 달라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유 공급 중단(축소)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 측에서 주장해 왔는데 중국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었다”며 “북한에 ‘추가로 도발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에 외교적 해법 촉구한 것”

대북(對北) 군사행동에 대한 환구시보의 언급은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북한에 대한 독자적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환구시보의 사평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일견 동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과수술식 타격이건, 전면전이건 무력 사용은 불가능한 옵션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면전을 수반하지 않는 외과수술식 타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2일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선 수십 곳을 공격해야 하는데, 그중 한 곳만 미국이 공격해도 북한은 즉각 서울을 향해 반격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어떤 형태의 무력 공격도 결국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정필’이라는 인물 명의로 지난 21일 게재한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중국을 ‘우리 주변국’으로 지칭하며 “파국적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정인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