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금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입력 2017-04-23 17:43
‘현금 없는 미래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점 하나가 찍혔다. 지난 20일부터 한국은행이 시작한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이 그것이다. 아직은 물건 살 때 거스름돈을 선불형 카드에 적립해 주는 정도다. 그래도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2만2100여개, 롯데마트와 이마트 체인점 950여곳이 동참한다니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이 ‘동전 없는 사회’에 앞장선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동전의 사용·휴대에 따른 불편을 덜고, 유통·관리 비용도 줄이자는 취지다. 경제단위가 훌쩍 커졌는데도 동전 제조에 매년 600억원씩 드니 이 비용만 해도 간단치 않다. 인터넷 모바일의 일상화로 소비 지출 패턴도 바뀌었다. 현금결제 비율이 높다는 편의점에서도 이제는 카드 비중이 더 커졌다. CU 자료를 보면 2010년 90%에 달하던 현금비중이 지난해 45%로 뚝 떨어졌다.

한은은 ‘동전 없는 사회’를 올 상반기 약국 등으로 확대하고 계좌입금 방식도 도입해 2020년까지 동전 유통을 아예 끝낸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동전 없는 사회도, 현금 없는 사회도 한은만의 일은 아니다. 정부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전이 밀려나면 당장 긴장할 부문도 적지 않다. 자판기사업자, 인형뽑기·빨래방 등 ‘500원 가게’, 학교 앞 문방구 같은 취약지대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금 없는 사회 자체는 피할 수 없는 메가트렌드라고 봐야 하지만, 이 역시 소액의 수수료나 팁에 기대는 ‘현금의존형 생업지대’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편리와 효율성, 명분이 좋다고 해서 마냥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가령 2014년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도로명 주소 제도가 아직도 정착하지 못한 건 복잡하거나 비합리적 시스템이어서가 아니다. 관행이 그만큼 무섭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사적인 소비생활을 전면적으로 노출시키는 등 근원적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게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우려다. ‘화폐의 전자화’는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다. 한은과 정부는 유통과 소비의 발전 차원에서 비용·편의를 함께 감안하는 협력 로드맵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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