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등 영향…일부 연예인만 지지 선언
[ 박종필 기자 ] ‘그 많았던 연예인 유세 군단은 어디로 사라졌나.’
2012년 대선 때 많은 연예인이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자로 나뉘어 유세차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세 현장에서 인기 스타를 찾아보기 힘들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때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를 운영했지만 이번엔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다.
당시 가수 김흥국, 설운도, 현미 씨 등 트로트 가수들과 심양홍, 박상원 씨 등 중장년층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100여명 규모의 누리스타는 박근혜 후보 유세현장에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에는 홍준표 후보를 공개 지지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문 후보 측은 방송인 김미화 씨, 만화 ‘미생’으로 인기를 끈 윤태호 작가, 가수 강산에·이은미 씨, 소설가 공지영·이외수 씨, 장진 영화감독 등이 직간접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안 후보 측은 가수 전인권 씨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전씨는 문 후보 지지자로부터 ‘적폐 가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그맨 김제동 씨는 공식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안 후보와 청춘콘서트, 정책토론회 등을 함께 진행한 인연이 있어 친분이 두텁다.
김 씨 소속사 측은 “김제동 씨가 안 후보와 토론회 자리를 함께 한 것은 맞지만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선 현장에서 연예인들이 크게 자취를 감춘 것은 선거 기간이 짧은 데다 탄핵정국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차기 정권에서 반대 진영에 섰던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 선진국인 미국처럼 연예인들도 자유롭게 특정 정당·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이에 따른 방송출연 제한이나 여론 비난 등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