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뷰] '뼛 속까지 배우' 남상미, 얼짱 특혜도 잊게 한 연기 열정

입력 2017-04-21 07:16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윤하경 역 남상미 인터뷰



2002년 서울 한양대 앞 롯데리아에는 남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아리따운 한 아르바이트생 때문이었다. '롯데리아걸'로 유명세를 치른 이 소녀는 끊임없는 러브콜에 연예계에 입문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연기자가 됐다. 배우 남상미(33)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반포동 모처에서 만난 남상미는 데뷔 시절부터 결혼, 출산 후 복귀까지의 긴 스토리를 모두 털어놨다.

남상미는 2003년 얼짱 출신 연기자라는 날개를 달고 데뷔했다. 여느 배우들과는 다른 특별한 수순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다. 입시를 위해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그곳엔 연기자가 꿈인 친구들이 많았다. 내가 그들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기 때문에 창피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했다. 조연부터 시작해 다양한 것에 도전하며 계속 나 자신을 깨부수려고 노력했다."


남상미는 그 당시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제 무엇이든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사람과의 인연도 중요시하게 됐다.

그렇게 20대를 보낸 남상미는 30대를 맞아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2015년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하며 한 남자의 아내가 됐고, 이후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결혼, 임신, 출산 등 어마어마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2년 6개월 동안 매일매일이 처음인 순간이었다. 오롯이 남상미로만 살았고, 그런 변화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과거엔 내가 너무 연기를 힘들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다시 한다면 편하게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긴 찰나에 좋은 작품이 들어왔다."

최근 남상미가 출연한 '김과장'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김과장'은 부정부패가 만연한 답답한 현실을 통쾌하게 저격했다. 또한 다양한 풍자와 해학으로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내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나는 배우로서 대중에 위로와 감동, 재미를 드릴 수 있다. '김과장'은 지금 가장 필요한 메시지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억울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실에서는 해소되지 않지만 드라마에서는 해소가 잘 돼서 다행이다."

그동안 참한 역할만을 주로 해온 남상미는 이제 지독한 악역을 꿈꾼다. 연기적으로는 변화무쌍하면서 항상 진심이 통하는 진솔한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악역을 많이 하신 분들은 밥집에 가면 미움을 받는다더라. 나도 그걸 원한다. 잘 다치지 않는 편이라 액션도 잘 할 것 같다. 일단 다시 남상미로 돌아가 육아에 몰입하려 한다. 작품과 인연이 닿는 때를 또 기다리겠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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