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못주는 세금공약…TV토론서도 즉답 피해
민주·국민의당 당론은 법인세 인상인데
문재인·안철수 "세수 부족하면 인상 검토" 발빼기
유승민·심상정은 '적극적 증세'로 차별화
[ 유승호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3일 TV 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로부터 “증세 얘기는 안 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 복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로 높인다는 민주당의 당론과 달리 문 후보가 실효세율 인상만 강조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발표를 안 했지만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도 공약에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하고도 재원이 부족하면 명목세율을 올리겠다”며 명목세율 인상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복지정책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엔 대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증세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후보는 많지 않다.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증세 정책을 선거 국면에서 전면에 내세우길 꺼리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정책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론과 다른 文·安 증세 공약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법인세 선(先) 실효세율 인상, 후(後) 명목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주로 대기업에 적용되는 비과세·감면을 줄여 명목세율을 건드리지 않은 채 실질 세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추가 세수가 필요하면 명목세율 인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는 19일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고소득자와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고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 법인세 명목세율 순서로 증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이날 “순이익 5000억원 이상 기업의 실효세율이 그 이하 기업보다 낮다”며 “이런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공약은 소속 정당 당론과 차이가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론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이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 역시 과표 200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22%에서 24%로 높이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소득세에 대해선 두 후보의 의견이 갈린다. 문 후보는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에 40%가 적용되고 있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층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는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또는 구간 신설에 부정적이다.
◆홍준표 “정규직 채용 기업 감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법인세는 감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엔 오히려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것이 홍 후보 주장이다. 기업 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인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기업 세 부담을 줄여야 투자를 촉진할 수 있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홍 후보는 담뱃세 인하도 주장하고 있다. “서민 주머니를 털어 국고를 채워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후보 역시 아동수당 도입, 출산장려금 지급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복지 공약을 내놨다는 점에서 증세 등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劉·沈 적극적 증세 주장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 후보는 적극적인 증세 공약을 내놨다. 유 후보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4%로 높이겠다고 했다. 또 소득세 누진 구조를 강화해 고소득층이 내는 세금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필요하면 부가가치세도 올릴 수 있지만 역진성이 강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 후보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로 높이고, 소득세 최고 세율 45% 구간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또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고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의 10~20%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세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