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원 마련 현실성 있나
법인세 실효세율 높인다지만 세수 효과는 크지 않아
[ 이상열 기자 ]
주요 대선후보들은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 증세 수단으로 법인세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 수단으로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리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비과세·감면을 줄여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은 많아야 연 2조~3조원에 불과할 것이란 게 재정당국과 재정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신고분(2014년 소득분) 기준으로 법인세 세액공제액은 8조2624억원, 세액감면액은 1조3594억원으로 모두 합쳐 9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세액공제와 감면을 모두 줄이면 최대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법인세 세액공제액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3조9500억원은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이다. 기업들의 해외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없애기 위해 거의 모든 국가가 도입한 제도다.
세액감면액 중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7592억원도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 세액감면액’이란 점에서 감면액을 축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이들을 빼고 정부가 조세정책 변경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주요 법인세 공제·감면액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1조7714억원)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4774억원) △임시투자 세액공제(3957억원) 등이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들이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기업의 투자 관련 세액공제 축소, 최저한세 인상 등을 통해 법인세 공제·감면액이 꾸준히 줄어왔다는 점이다. 과세당국 고위관계자는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대한 공제·감면 혜택을 철폐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법인세 공제·감면 절감액은 2조~3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 확대 등으로 연 5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경우에는 법인세는 물론이고 다른 세목의 비과세와 감면을 줄여도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며 “어느 세목이든 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속·증여세를 놓고도 문 후보는 인상을 주장하지만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세무 전문가는 “상속·증여세 공제액을 대폭 줄여 납세자를 늘리면 그 정도에 따라 많게는 수조원대의 증세 효과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부담으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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