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빠르다'는 SNS, 대선후보가 직접 챙긴다

입력 2017-04-19 18:10
더욱 커지는 'SNS 위력'

문재인, 유튜브·페북서 라이브 방송 시작
안철수, 기자들 전용 카톡방 들어와 인사
홍준표, 유세전 중간 페북에 직접 글 올려

네티즌과 직접 소통…친근한 이미지 부각
TV토론 우세장면 캡처한 '짤방'도 유행


[ 박종필/조미현 기자 ]
“항상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도 수고해주셨는데 앞으로 남은 기간 체력관리 잘하세요. 아자아자 파이팅!”

지난 1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이른바 ‘마크맨’ 기자들이 모여 만든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은 이 한마디에 들썩였다. 안 후보가 직접 카톡 채팅방에 들어와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 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채팅방에 대선후보가 직접 등장한 건 처음이었다. 채팅방에는 “정말 안 후보님이 맞으세요?”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후보가 캠프 관계자나 공보팀을 통하지 않고 기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 셈이다.

후보가 직접 챙기는 SNS

2012년 대선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때는 후보 캠프마다 SNS 담당자를 두고 홍보를 전담했지만, 이번에는 후보가 직접 SNS에서 소통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읽힌다.

한 온라인 홍보 전문가는 “SNS는 누가 대신해주면 안 된다. 기업 대표나 대선후보 본인이 직접 해야 홍보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알린다. 홍 후보 측은 지지층 결집에도 카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이 둥근 모양이라는 점에 착안해 ‘홍찍자’라는 로고를 둥글게 만들었다. 당원들과 후보 지지자들은 자신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이 로고를 활용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선거 비용이 들지 않는 SNS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카톡의 위력은 이번 대선에서 더 커지고 있다. 카톡 월간 이용자 수는 4800만명에 이른다. 장년층 이상 유권자들도 카톡을 이용하고 1인당 최소 5~10개의 카톡방을 갖고 있다. 한 전문가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거미줄처럼 카톡방으로 연결돼 있다”며 “카톡방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정보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지지도와 SNS 인기 달라

SNS상에서 절대 강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문 후보의 카톡과 페이스북 공식계정을 ‘좋아한다’고 표현한 이용자 수가 가장 많다. 하지만 2위부터는 기존에 공개된 여론조사 순위와 다르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5당 후보 중 가장 낮았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SNS 호감지수가 문 후보 다음으로 높았다. SNS에 능숙한 젊은 층 지지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홍 후보와 ‘보수적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뒤지지만 SNS 호감지수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가 직접 SNS 라이브 생방송에 출연해 이목을 끄는 방식도 새로운 트렌드다. TV 토론 직후 후보자가 발언을 잘했던 장면만을 캡처해 자막 설명을 붙여 내놓는 소위 ‘짤방’도 SNS에서 유행하고 있다.

문 후보 캠프는 tvN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문재인 나이트 라이브(MNL)’를 시작했다. 매일 오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하는 정책·공약 해설방송이다. 문 후보 측 주요 인사들이 방송을 진행하고, 문 후보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김민전 천근아 교수 등과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를 했다. 안 후보는 방송 중 실시간 달리는 댓글을 소개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상호 연동되는 동영상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카카오톡도 ‘카카오 TV 라이브’ 서비스를 개편해 제공하고 있다.

박종필/조미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