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상품 병행수입' 민사소송 승리
지재권 역량 키우려 외부 영입도 "특허출원 등 원스톱 서비스 제공"
[ 이상엽 기자 ]
B씨는 미국 X사의 스포츠용품을 수입해 판매했다. 이미 국내에서 해당 스포츠용품을 수입해 팔던 A씨는 B씨를 상표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 분야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표권 다툼이다.
이때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정당한 수입처로선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지식재산권팀(지재권팀)은 최근 중소기업의 상표권 분쟁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받고 있다.
바른 지재권팀은 작년 9월 ‘진정상품 병행수입’에서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판결을 이끌어 냈다. 진정상품 병행수입이란 국내회사(A)의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다른 국내회사(B)가 외국회사(X)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병행수입이 A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을 보이려면 외국 상표권자 X와 국내 상표권자 A 사이에 법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바른이 대리한 지엠파트너(A)는 대만 회사(X)로부터 가구를 수입·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상대방(B)은 대만 회사 제품을 러시아를 통해 수입해 판매했다. 1심은 ‘A와 X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B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표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급해진 지엠파트너는 바른 지재권팀을 찾았다. 2심을 맡은 지재권팀은 기본으로 돌아갔다. 팀을 이끌고 있는 이응세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는 “지엠파트너는 대만 회사의 상표와 다른 상표를 국내에 등록하고,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축하며 광고 등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왔다”며 “자체적으로 상표에 대한 신용과 고객 흡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받아들인 재판부는 “B의 수입 판매가 지엠파트너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 변호사는 “상표권에 관해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요건 중 하나의 충족 여부를 본격적으로 판단한 첫 민사판결”이라며 “향후 비슷한 사례에서 병행수입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통적으로 송무에 강점을 보여 온 바른은 최근 자문을 접목한 분야의 역량도 키우고 있다. 지재권이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이 변호사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특허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치중 변호사(10기)도 팀에 가세했다. 김병일 변호사(33기)는 “전자공학 전공자 등 다양한 경력자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부 영입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를 우등 졸업한 정영훈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엔 특허청에서 지재권 실무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오성환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를 영입했다. 오 변호사는 “지재권 인식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특허 출원단계부터 관리, 특허 침해까지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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