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0] 유세 시작되자 '돈풀기 경쟁'…문재인·안철수, 아동수당 이어 "노인연금 인상"

입력 2017-04-18 19:21
수정 2017-04-19 06:15
복지수당 확대 공약 '봇물'
홍준표 "둘째 낳으면 1000만원"
유승민 "양육수당 두 배로 인상"

재원 대책 없는 '공약' 우려
연간 재원 수조원씩 드는데 "표 얻고 보자" 약속 쏟아내


[ 이정호 기자 ] ‘5·9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각 당 대선후보들이 ‘수당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등 현금 보조 성격의 복지수당 확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자녀를 가진 30~40대와 기초연금 수급 대상인 65세 이상 노인층 표심을 겨냥한 선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각 후보 모두 세출 구조조정 외에 뾰족한 재원대책 해법을 밝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거용 ‘공약(空約)’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초연금 인상으로 노인층 표심 공략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8일 기초연금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인층 대상 공약을 발표했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 개념의 지원책이다. 문 후보는 지급액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소득하위 5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소득하위 51~70% 노인은 현행대로 월 최대 20만원을 받는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문 후보가 제시한 정책 시나리오는 2022년까지 매년 8조2252억원의 추가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두 후보는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필요시 증세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원칙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재원마련책은 내놓지 않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소득하위 70% 노인들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3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인구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초연금 확대 공약은 재정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수당 지급에 연간 수조원 소요

아동수당 신설은 대선주자 5인의 공통 공약이다. 현재 지급되는 육아수당 외에 별도로 주는 현금 수당이다. 문 후보는 0~5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원의 수당을, 안 후보는 0~11세 아동을 가진 소득하위 80%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 측은 아동수당 신설에 따른 연간 필요 재원을 2조원, 안 후보 측은 5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재원 대책은 빠져 있다.

홍 후보는 초·중·고교 자녀 대상의 아동수당(월 15만원) 외에 둘째 출산 시 1000만원의 출산 수당을 지급하는 공약을 선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현재 양육수당을 두 배로 인상하되 아동수당은 초·중·고교 학생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공약을 내놨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동수당이 지속가능한 복지 정책이 되려면 재원마련책 외에 소득별 지원금을 차등화하는 정교한 준비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복지공약 발표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