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17일(11:0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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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국내 회사채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청약)에 23조원 넘는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20조원을 웃돈 것은 2012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우량회사채 금리가 최고 0.7%포인트 오르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자 미뤘던 투자를 한꺼번에 집행한 결과로 분석됐다. 수익성이 개선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풍부한 매수 수요에 힘입어 당초 기대보다 이자비용을 크게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경쟁률 역대 최고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3월 국내개 55개 기업들은 7조200억원어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 23조2544억 규모의 수요를 끌어모았다. 분기별 참여금액 기준 2012년 이후 최대였던 2014년 4분기 19조486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 경쟁률은 3.31대 1로 역대 분기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 기록 2.56대 1(2014년 4분기)과도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기업들은 넘치는 수요를 활용해 처음 계획보다 실제 발행금액을 크게 늘려잡았다.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발행 예정금액은 총 7조200억원이었지만 실제 조달금액은 9조8900억원으로 불어났다. 분기별 발행금액 기준 역대 5위다.
회사채 수요가 올 1분기에 크게 몰린 것은 지난해 말 금리변동성 확대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집행을 한동안 보류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국고채 금리가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부양책 관련 기대감과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 굵직한 재료들이 겹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 ‘AA’ 신용등급(투자적격 10단계 중 상위 3번째) 회사채 금리는 최저 연 1.5%대까지 떨어졌다가 연말엔 연 2.2%대까지 뛰어올랐다.
올 들어 금리가 연 2.0~2.1% 수준으로 안정을 되찾자 기업들은 이마트를 필두로 발행을 재개에 나섰고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뛰어들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금리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발행이 활발할 때 미리 회사채를 담아두겠다는 차원에서 투자에 나선 기관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업종별 온도차 커
올 1분기 회사채시장 최대 화제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발행이었다. 오랜 ‘기피’ 종목 오명을 벗고 가장 인기있는 회사채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발행에 나섰던 한화케미칼은 500억원어치 3년 만기 회사채 모집 과정에서 무려 6350억원어치 기관 수요를 모았다. 경쟁률은 12.7대 1로 수요예측 역대 1위 자리를 갈아치웠다. 발행금리는 연 2.52%로 수요예측에 앞서 희망했던 것보다 0.62%포인트나 낮췄다. 한화에너지도 800억원 모집에 6400억원의 수요를 모으며 올 1분기 경쟁률 3위(8 대 1) 회사채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았다는 평가다.
반면 부동산 투자자산이 많은 회사와 물류, 민자발전사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신증권의 계열사로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업체인 대신에프앤아이는 800억원어치 모집 과정에서 단 한 곳의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남동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사업에 관련 불확실성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건설회사인 한라(0.10대 1)와 서울신문사(0.20대 1),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0.7대 1), 한진그룹의 육상 물류회사 한진(0.73대 1)도 당초 발행을 계획했던 물량 만큼 수요를 채우지 못했다. GS그룹의 민자발전사 GS이앤알과 롯데그룹의 물류업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똑같이 1.07대 1로 발행 물량을 겨우 채우는데 만족해야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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