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故 이한빛 PD 사망 사건의 내막…동생 "형이 사라진 순간에도 'X새끼' 비아냥"

입력 2017-04-18 14:34
수정 2017-04-18 15:57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 사망사건
동생 이한솔씨 "고된 제작환경·갈굼 있었다" 주장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

지난해 세상을 떠난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씨가 이 같은 제목의 글을 SNS에 남겼다.

이한솔 씨는 글을 통해 故 이한빛 PD가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도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형(이한빛 PD)은 지난해 9월부터 tvN에서 방영된 '혼술남녀'의 제작팀에 조연출로 일했고, 첫 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하라는 지침에 따라 손수 해지와 계약금을 받아내는 정리 임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되는 밤샘 촬영에도 딜리버리, 촬영준비, 영수증, 현장준비 등을 도맡았다. 이때문에 지각을 하면 '이 바닥에 발 못이게 할 것이다'는 위협이 돌아왔고, 짐을 혼자서 옮기게 하는 등 노골적인 갈굼 행위도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이한솔 씨는 "형이 그들에게 행한 잘못이 있었다면, CJ라는 회사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남들만큼 조용히 넘기지 못했을 뿐인데, 아무렇지 않게 폭력이 벌어졌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회사는 당당하게 모욕이 없었고 근태 문제가 원인이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 씨는 "CJ라는 기업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다"라며 "형의 생존을 확인하기 전 회사 선임이 부모를 찾아 형의 근무태도가 불성실했다고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라고 말했다.

이 씨는 "결국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회사 직원에게 사과를 했고 몇 시간 뒤 자식의 싸늘한 주검을 마주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라며 "자식을 죽게 만든 가해자가 눈앞에서 자식을 모욕하는데도 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카톡, 음성 메시지 등을 확인해본 결과 형이 사라진 순간에도 ‘X새끼’ 등 비아냥의 대화만 남아 있었다"라며 "알고보니 그들이 부모님께 처음 연락을 취한 이유도 사라진 사람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형이 챙겨두었던 법인카드 한 장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함께 회사에서 생활한 사람의 죽음이기에, 그리고 ‘드라마’라는 소재를 다루는 사람들이기에, 최소한의 희망은 있을 것이라 믿었다"라면서 "너무나 당당히 고인의 근태불량을 주장하고, 유가족의 사과요구를 자신들의 명예훼손으로 규정하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가장 약하고 말단인 사람들(특히 청년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형의 죽음이 낱낱이 드러냈다"라며 "진실을 찾고, 부조리한 구조가 나아질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빛 PD 사망 사건 대책위원회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한빛 PD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 PD는 대학 졸업 후 2016년 1월 CJ E&M PD로 입사했다. 그 해 4월 '혼술남녀' 팀에 배치돼 일했다. 이한빛 PD는 마지막 촬영 날이었던 10월 21일 실종됐고,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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