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진출 후 주류이익 ‘반토막’...빚은 7000억원 넘게 증가
이 기사는 04월13일(05: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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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이 2014년 ‘클라우드’를 앞세워 야심차게 진출한 맥주사업이 재무 구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빚을 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도 기존 이익을 갉아먹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3일 롯데칠성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부문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2015년(451억원) 대비 39% 급감했다. 수입 맥주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이익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다. 맥주사업 진출 전인 2013년 소주 ‘처음처럼’을 중심으로 올린 주류부문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롯데칠성은 2014년 4월 ‘클라우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95%를 점유하는 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2200억원을 투자해 맥주1공장을 세우고 2014년 한해에만 1118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다.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는 1공장의 두 배 생산능력을 갖춘 2공장에 589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경쟁사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맥주시장의 낮은 성장세와 수입 맥주의 파죽지세는 ‘토종 맥주 삼국지’를 꿈꿨던 롯데칠성의 전략에 차질을 야기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금액은 2013년 8900만달러에서 2016년 1억8155만달러(약 2070억원)로 3년만에 두 배로 급증했다. 이 기간 주류 대장주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액은 8727억원에서 8027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2013년부터 업체별 점유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시장에서 공격적인 증설과 마케팅은 고스란히 차입금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4237억원을 나타냈다. 맥주시장 진출 전 6959억원에서 7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맥주 1, 2공장 건설비용과 비슷한 규모다.
비록 음료부문이 판매가 인상 등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수익성 정체 상황에서 늘어나는 빚은 상위 두번째인 ‘AA+’ 신용등급을 위협할 수 있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조3695억원, 영업이익은 1488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6.3%로 전년(6.2%)과 비슷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의 맥주 부문은 적자로 추정되는데 올해 신공장 가동과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으로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칠성은 오는 21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오는 14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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