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 헤지펀드' 시작부터 표류 위기

입력 2017-04-17 21:21
최소 투자금액 1억→500만원 내렸지만…

운용사들 "사업성 낮아 당분간 출시 계획 없다"


[ 김우섭 기자 ] 자산운용은 ‘재간접 공모펀드’를 내놓기 위해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에 의사를 타진했다. 사모(헤지)펀드의 경우 1억원인 최소 투자금액을 500만원으로 낮췄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위 ‘잘나간다’는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의 반응은 차가웠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자금 유출입이 잦고 수수료 체계가 완전히 다른 공모펀드의 운용 방식에 부담을 갖는 헤지펀드 운용사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재간접 공모펀드 제도가 닻을 내리기도 전에 표류 위기에 처했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설정액 기준 상위 5대 공모펀드 운용사(삼성 미래에셋 KB 한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와 10대 헤지펀드 운용사(타임폴리오 안다자산운용 등)의 재간접 공모펀드 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들 운용사 모두 “사업성이 낮아 당분간 출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공모펀드 설정액 1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공모펀드 운용사에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알려야 하는데 이를 경쟁사끼리 공유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수익률도 낮아 별도의 공모펀드를 내놓기엔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재간접 공모펀드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인 헤지펀드 가입 요건(1억원→500만원)을 대폭 낮춘 상품이다. 여러 헤지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별도 공모펀드에 자금을 대는 방식이다. 돈 되는 상품은 사모 시장에만 있다는 투자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펀드 상품 혁신방안’ 중 하나로 이르면 이달 말 관련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자금을 집행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자금 유출입이 잦은 공모펀드는 자금이 언제쯤 다 모일지, 자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헤지펀드는 최대 모집 인원이 49인에 불과해 투자자를 어느 정도 모은 뒤 투자를 집행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자금조달 여부가 중요한 해외 부동산사모펀드나 메자닌(CB·BW)펀드는 공모펀드가 투자자로 들어오면 거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기존 공모펀드와 차별점을 보이는 헤지펀드를 고르기도 만만찮다. 시행령에 따르면 재간접펀드는 하나의 헤지펀드에 20% 이상 투자할 수 없다. 최소 5개의 서로 다른 헤지펀드를 편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헤지펀드 주류인 롱쇼트나 멀티투자 전략은 공모펀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며 “수수료를 더 줄 만큼 뛰어난 수익성과 상품성을 보이는 펀드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국내 332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5%에 불과하다.

성과보수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재간접 펀드에 담은 헤지펀드를 갈아탈 때 성과보수를 내야 하는데 자금 유입 시점이 다 달라 이를 정산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투자금 유치가 시급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만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투자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규제를 푼 것”이라며 “제도가 정비되면 시장에 뛰어드는 참가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간접 공모펀드

여러 개의 헤지펀드를 하나의 공모펀드로 묶어 소액투자자도 가입할 수 있게 한 상품.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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