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뇌물공여로 기소…엇갈린 롯데와 SK

입력 2017-04-17 17:11
검찰이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면서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낸 7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함께 수사 대상이 된 SK그룹에는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실제 돈을 건넸는지가 두 대기업 총수의 운명을 갈랐다. 이와 관련한 의사 결정이 있었는지 등도 수사 과정에서 검토·고려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면서 롯데와 SK가 K스포츠재단에 냈거나 내도록 요구받았던 지원금을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제3자 뇌물수수·제3자 뇌물요구)에 포함했다.

두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본금으로 출연한 자금 이외에 사업비 명목으로 추가 지원을 요구받았던 돈이다.

당시 두 대기업은 면세점 사업권 재선정 등 주요 현안이 걸려 있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던 롯데는 작년 5월 최순실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건립' 명목으로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돌려받았다.

검찰이 롯데그룹 관련 압수수색에 나서기 직전에 재단 측이 갑자기 돈을 되돌려준 것이다.

SK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지원' 명목으로 89억원의 추가 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실제 지급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뇌물수사에 집중하느라 그외 다른 대기업 뇌물 의혹 수사를 하지 못했고,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지난달 18일과 이달 6일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각각 소환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롯데가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70억원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롯데그룹이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해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년 3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을 때 면세점 영업이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신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SK가 요구받은 30억원과 관련해서는 최 회장이나 SK 관계자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만 제3자 뇌물요구 혐의를 적용했다.

실제로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는 점 등이 혐의 적용에서 차이를 가져왔다.

SK가 당시 K스포츠재단의 지원 요구에 대해 '사업 실체가 없고 금액이 과하다'며 지원액수를 30억원으로 낮추고 그마저 2년에 걸쳐 나눠내겠다고 하자 재단 실소유주인 최씨는 수령을 거절했다.

또 기업 내부적으로 의사 결정도 없었던 점도 고려됐다. 형법은 실제로 돈을 수수하지 않더라도 뇌물을 요구하거나 약속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신 회장은 회사 경영 문제로 수사를 받은 끝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가운데 뇌물공여 혐의로도 재판을 받게 됐다.

향후 재판에서는 뇌물과 관련해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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