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적자에 2조 손실…한국GM '삼각덫'에 갇히다

입력 2017-04-16 19:22
수정 2017-04-17 10:27
한국GM, 작년 6314억 순손실

'쉐보레' 브랜드, 유럽·러시아 철수로 수출 물량 급감
군산공장 가동률 50%로 떨어졌지만 인건비 40%↑
GM, 유럽사업부 매각으로 '한국 철수설' 나돌아


[ 장창민 / 강현우 기자 ] 한국GM이 3년간 총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과 러시아에서 잇달아 철수시키면서, 쉐보레 차량을 생산해 수출해온 한국GM이 직격탄을 맞아서다.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 탓도 크다. 한국GM이 미국 GM 본사의 주요 생산기지에서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GM의 한국 철수설(說)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적자 늪에 허덕이는 한국GM

16일 한국GM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2조23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1조9372억원)보다 2.5% 늘었다. 매출 증가에도 손실은 더 불어났다. 영업손실은 5311억원, 당기순손실은 6314억원에 달했다.

적자를 본 건 작년뿐만이 아니다. 한국GM은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영업손실 1486억원과 순손실 3534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영업손실(5944억원)과 순손실(9868억원)이 더 커졌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1조2741억원, 누적 순손실은 1조9716억원에 달한다. 3년간 2조원 가까운 돈을 까먹은 셈이다. 지난해 신형 말리부와 올 들어 신형 크루즈 등 신차를 선보이며 내수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GM이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진 이유는 뭘까.

해외 시장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미국 GM 본사가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하면서 쉐보레 브랜드 차량을 만드는 한국GM의 유럽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이후 한국GM은 대체 시장으로 러시아를 공략했다. 하지만 2014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물건을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됐다. 결국 2015년 러시아 시장에서도 빠져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생긴 비용이 영업외손실로 수년간 나눠 잡히면서 매년 큰 폭의 순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유럽과 러시아를 포기한 대가는 혹독했다. 한국GM의 연간 완성차 수출은 2013년 63만대에서 지난해 42만대로, 반조립제품(CKD) 수출은 같은 기간 118만대에서 66만대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공장 가동률도 떨어졌다. 말리부와 스파크를 만드는 부평 및 창원공장은 그나마 정상 가동하고 있지만, 올란도와 크루즈를 생산하는 군산공장 가동률은 50%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을 놀리는데도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랐다. 지난 3년간 기본급과 각종 수당, 일시금, 격려금을 합한 총 인건비는 40% 이상 불어났다. 세계 GM 공장 중 임금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GM의 쉐보레 브랜드 유럽·러시아 시장 철수→한국GM 수출 급감→공장 가동률 저하 속 인건비 상승’이란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3년 연속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GM은 지난달 푸조시트로엥(PSA)에 유럽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유럽에 스파크와 트랙스 등을 연간 20만대 수출하는 한국GM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GM 본사가 의도적으로 한국GM의 생산물량을 줄여 단순 하청기지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GM이 한국 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GM 본사와 산업은행(보유 지분 17%) 사이에 맺은 주주 간 계약이 오는 10월16일 만료돼 산은의 특별결의 거부권이 없어지면, GM 마음대로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GM 관계자는 이에 대해 “GM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며 “줄어든 수출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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