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또 미사일 도발] 6차 핵 실험 대신 미사일 쏜 북한…고강도 압박 '미국·중국 떠보기'

입력 2017-04-16 18:05
수정 2017-04-17 06:26
미국 보란 듯 탄도미사일 도발…김정은 노림수 뭔가

"미사일 성능 시험하며 한반도 긴장 유지" 속셈
미국·중국 외교수장 긴급통화…북한, 중국과 물밑교섭 관측
한국 찾은 펜스 미국 부통령, 17일 황교안 권한대행 등과 안보 논의


[ 정인설 / 이미아 기자 ]
북한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방한 직전인 16일 오전 미사일을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인자인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을 방문, 2박3일 일정에 들어갔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3종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대외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쌍끌이 압박’ 중인 미국과 중국을 떠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사일 발사로 긴장 유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미확인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도 60여㎞를 비행하다 동해에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해안과 맞닿아 있는 신포에서 미사일 실험을 한 것으로 미뤄 내륙에서 발사할 정도로는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미사일로 추정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을 은밀하고 빠르게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로 전환한다고 밝힌 만큼 이미 고체연료로 발사한 미사일 외에 다른 미사일을 고체연료로 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고체연료형 중거리미사일(IRBM) ‘북극성 2형’을 쏜 북한이 이날은 사거리가 더 긴 ICBM급인 ‘북극성 3형’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미국에 대해 ‘무력 시위’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압박에 관계없이 예정대로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는 얘기다. 북한이 전날 평양에서 연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북극성 3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비롯해 신형 ICBM 3종을 공개했다.

기존에 공개한 북극성(KN-08)을 개량한 미사일과 원통형 발사관에 담은 새 ICBM 2종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물밑 교섭 관측도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에 이어 니미츠호도 서태평양 해역에 추가 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인 오는 25일 전후가 유력하다.

북한이 도발에 나서더라도 핵실험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북한이 다소 숨고르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도 6차 핵실험 같은 초강수를 두기보다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사일 성능 개선을 하는 형태로 긴장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 중국이 외교적 경로를 통해 북핵 위기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대만 중앙통신(CNA) 중문판은 이날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이익과 안전 보장, 3년 내 핵무기 폐기 등의 조건을 2~3주일 내에 수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전화 통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미 당국도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방한한 펜스 부통령은 18일까지 머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인사와 잇따라 만난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