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채무재조정 협상
보장방식 놓고 막판 진통…법정관리 땐 엄청난 후폭풍
[ 유창재 기자 ]
대우조선해양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던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사이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 오후였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과 각 실장은 당초 이날 저녁 서울 충정로 사옥에서 투자위원회를 열 계획이었다. 산은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어서 반대 분위기가 강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위원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재무적투자자로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결국 대우조선이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이 국민연금과 협상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면서 투자위원회는 연기됐다. 국민연금 측은 “가입자 이익을 위해 투자회사의 최대주주와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은 이날 밤 서울 여의도에서 전격 회동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이 회사채 50%의 출자전환과 나머지 50%의 3년 상환 유예 조건에 동의해 주면 3년 뒤에는 반드시 상환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제안했고 강 본부장도 이를 잠정 수용했다. 이후 양측의 실무자들은 회사채 상환보장 방식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국민연금은 14일 밤 늦게까지 채무재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상환 약속의 ‘수위’를 놓고 산은과의 밀고 당기기를 계속 이어갔다.
산은은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해 대우조선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이익 중 일부를 여기에 넣어둔 뒤 만기 때 회사채 상환에 쓰겠다고 제안했다. 혹시라도 상환자금이 모자라면 대우조선에 투입하는 한도성대출(2조9000억원)로 갚아주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조선업 경기가 계속 악화돼 대우조선이 3년 후 부도가 나더라도 국책은행이 회사채 상환을 보증한다는 법적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측은 15~16일 이틀간 추가 협의를 할 계획이다.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협상은 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을 어느 정도 쌓은 데다 국민연금의 반대로 P플랜에 들어가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채권자 집회 이전에 방침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주말에 투자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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