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변화 몰고올 4차 산업혁명
ICT 전담 거버넌스 체제 갖추고
규제를 풀어 기업 자율성 높여야"
2012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창의국가 건설을 위한 차기정부 ICT 거버넌스 방향’ 토론회에서 권모 의원은 “창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전체를 포괄하는 국가적인 거버넌스 방향 모색이 시급하다”면서 “전문성을 지니고 ICT 발전만 생각하는 부처,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진정한 창의경제, 창의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ICT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해인 2013년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지만,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다.
ICT를 기반으로 거의 모든 산업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5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이 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융합돼 생활과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경기침체와 저성장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이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은 새로운 산업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는 세계 25위(스위스 UBS은행 평가 기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준비는 고사하고 ICT산업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ICT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001년 8.7%, 2005년 6.7%, 2012년 4.3%, 2014년 3.4%, 2015년 2.2%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ICT 경쟁력의 하락 원인으로 ICT 정책기능의 분산을 꼽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ICT 정책기능이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산돼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런 부처들이 ICT 정책을 전담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ICT 정책의 종합 조정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함께 담당, 정책기능의 분산이 초래됨으로써 ICT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과는 속도와 범위,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재의 ICT 거버넌스로는 급격한 기술변화에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초연구 및 원천기술 분야에서 융합기술, 우주기술 분야를 포함하는 연구개발 정책 분야를 골자로 하는 ‘미래정책연구처’와 과학기술 및 정책조정, 미래전략을 핵심으로 하는 ‘미래과학기술처’, 방송진흥 정책, 전파 및 통신 정책, 지능정보사회 정책을 골자로 하는 ‘미래정보통신혁신처’와 국가연구 플랫폼, 미래 신성장 산업을 지원하는 ‘미래산업혁신처’ 등으로 조직을 개편,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기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제도 및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관련 기업에 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기존 산업혁명과는 달리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인류는 지금까지 모든 인류역사보다 앞으로 다가올 20년간 더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라는 클라우스 슈바프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의 예측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ICT산업 분야의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개편과 정비, 제도와 규제의 선진화 정책 시행이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홍대식 < 대한전자공학회장, 연세대 공대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