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7400억달러의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 블록버스터 ‘미녀와 야수’ 한 편만으로 10억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는 미디어기업 월트디즈니. 두 회사의 합병 얘기에 월가가 또 술렁이고 있다.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면 ‘꿈의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30조원) 기업’이 등장하니 그럴 만하다. 애플의 기술이 복합 엔터테인먼트와 만나고, 디즈니의 영화·테마파크가 첨단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는 ‘세기의 결혼’이 될 것이기에 더욱 관심이 뜨겁다.
애플의 디즈니 인수설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팀 쿡 CEO가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콘텐츠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2016년 말 AT&T가 인수키로 한 타임워너케이블에 입질을 하기도 했다. 아이폰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애플뮤직 같은 가입자 기반 서비스 사업의 성장이 절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회사인 픽사의 관계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잡스는 한때 디즈니 이사이자 최대 주주였으며 픽사 최고경영자였다. 그는 2006년 픽사를 디즈니에 매각했다. 지금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픽사가 제작한다. 잡스의 부인도 디즈니 지분을 갖고 있다. 디즈니가 창의성과 혁신성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 역시 잡스에게 자극 받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는 것은 외형 확대뿐 아니라 혁신과 성장 때문이다. 첨단기술산업일수록 그렇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구글의 딥마인드, 애플의 시리, 삼성전자의 비브랩스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PC 제조사 델과 스토리지 기업 EMC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비상장 IT기업 델테크놀로지스가 탄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1300억달러(약 144조원)짜리 합병 승인으로 글로벌 농화학 최대 기업이 출현했다.
그러나 합병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두 기업 사이의 문화충돌을 해결하지 못하면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1998년 합친 다임러와 크라이슬러는 기업철학과 운영 스타일 등의 차이로 삐거덕거리다 2000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고, 2007년 갈라서고 말았다. 2001년 통합한 미국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와 AOL도 10년이 안 돼 파경을 맞았다.
글로벌 인수합병 금액은 1분기에만 7265억달러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애플과 디즈니의 결합이 성사되면 얼마까지 늘어날까. 한국에서는 삼성의 하만 인수금액 9조원이 역대 최고 기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