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커 발길 끊긴 관광업계, 제주도와 남이섬을 보라

입력 2017-04-14 17:48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관광상품을 팔지 말 것’을 자국 여행사들에 지시한 지 한 달째다. 유통·관광 업계가 걱정한 대로 전국 대도시와 관광지를 활보하던 중국 단체관광객은 자취를 감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방한한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전년 동기 대비 63.6%(33만명)나 감소했다.

갑작스레 닥친 ‘유커 쇼크’는 유통·관광 업계에 엇갈린 풍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내국인 단체관광객과 수학여행단, 동남아 관광객들이 넘쳐나면서 유커가 떠난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올 들어 10일까지 내·외국인을 합한 관광객이 387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명 넘게 증가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단체로 몰려다니던 저가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의 매력이 더 높아진 덕분이다. 할랄 프렌들리 식당과 기도실을 갖춘 춘천 남이섬도 기본에 충실한 인프라와 서비스로 무슬림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 여행객을 적극 유치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반면 유커 의존도를 지나치게 키웠던 기업들은 어려움이 크다. 중국 관광객 비중이 60~70%에 달하던 면세점들은 전년 대비 매출감소율이 40% 안팎에 이르고 있다. 유커를 겨냥해 우후죽순 생겨난 사후면세점들과 저가 단체 관광상품에 매달려온 중소 여행사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관광·유통업계에선 이번 위기를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론이 잇따르고 있다. 핵심은 외국인 관광객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품격 높은 여행프로그램을 내놓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의료, 문화관광 등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고 숙박·음식·교통 같은 인프라도 개선해야 한다. 제주도와 남이섬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