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탐구 '일본 자존심' 도시바의 몰락] 회계법인도 두손 든 도시바 '감사의견 없는' 실적발표 강행

입력 2017-04-12 19:15
수정 2017-04-13 06:15
회계법인 PwC와 갈등, 상장폐지 가능성 높아져


[ 김동욱 기자 ] 도시바가 감사법인 의견이 없는 지난해 4~12월 실적을 발표한 이후 도시바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의 마찰이 노골화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도시바가 실적발표를 통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감사법인의 적정의견을 받지 못하고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감사법인 의견 없이 실적을 발표하는 것은 즉시 상장폐지 요건은 아니지만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대상에 속한다.


도시바는 실적발표를 하면서 결산 내용에 기업 존속에 의문이 생긴 것을 나타내는 ‘계속기업의 전제에 관한 주석’을 붙였다. 이 같은 주석은 사업활동에서 기업 존속 리스크가 증가할 때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하려고 명기한다.

감사법인의 승인 없이 결산발표를 강행하면서 감사법인인 PwC와의 간극도 메우기 힘들어졌다. 도시바의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에서 손실 규모를 줄이려는 내부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도시바와 PwC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바는 감사법인을 변경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도시바의 자금줄도 계속 조여지고 있다. 도시바는 주요 거래은행들에 4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기한을 연장하고 상장주식을 담보로 인정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도시바는 1조엔가량의 신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은행 등 주요 은행은 도시바의 채무자 구분을 ‘정상’에서 ‘요주의 대상’으로 한 단계 낮췄다. 등급이 ‘요구 관리’로 한 단계 더 추락하면 신규 대출은 불가능해진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