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 트렌드 - 틈새시장 공략하는 할리우드 제작사들
디즈니 '미녀와 야수' 이어 '뮬란' '덤보' 등 준비
유니버설 '포켓몬스터', 워너브러더스 '인랑' 제작
CG 기술로 상상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영상화
[ 유재혁 기자 ]
디즈니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가 세계에서 관객몰이를 하면서 지난 10일 현재 티켓 매출 9억7600만달러(약 1조1100억원)를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4주 연속 흥행 1위를 달리며 관객 수 464만명, 매출 382억원을 기록했다. 이번주 1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 영화는 디즈니가 1992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에마 왓슨을 기용해 실사촬영해 제작했다.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와 같은 자사 애니메이션을 잇따라 실사영화로 옮기고 있다. ‘미녀와 야수’ 흥행에서 한층 자신감을 얻었다. ‘뮬란’ ‘덤보’ 등도 실사영화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디즈니는 ‘카’ 등을 제작한 자회사 픽사의 애니메이션도 차례로 실사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할리우드에서는 이처럼 히트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하는 붐이 일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옮긴 SF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한국 등 세계에서 상영 중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을 김지운 감독을 기용해 실사영화로, 유니버설은 일본 게임 및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실사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할리우드 제작사인 스카이댄스미디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워드 아트 온라인’을 라이브 액션(실사) TV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실사영화 붐’은 스토리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보고로 애니메이션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역대 흥행 영화 상위 15편 중 5편의 원작이 만화다. ‘어벤져스’(5위, 15억달러) ‘어벤져스2’(7위, 14억달러) ‘아이언맨3’(10위, 12억달러)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12위, 11억달러) ‘다크 나이트 라이즈’(15위, 10억달러) 등이 그것.
모두 미국 양대 만화출판사인 마블과 DC코믹스의 콘텐츠다. 마블 작품은 디즈니, DC코믹스 작품은 워너가 투자 배급했다. 만화 원작에 이어 애니메이션 원작을 새로운 스토리 공급원으로 택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은 디즈니가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메이저들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CG 기술 발전이 배경
그 배경에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현실감 있는 영상으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리스크헤지(위험회피) 수단인 장르와 스타시스템을 기존 애니메이션에 접목하면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녀와 야수’의 경우 예전엔 야수로 변하는 과정을 실사영화로 구현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CG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극중에서는 찻잔과 시계, 옷장들이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노래한다. 이런 영상이 예전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실감나는 이유는 에마 왓슨 등 할리우드 배우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정글북’(9억6000만달러)도 어린이 주인공을 제외한 수많은 동물 캐릭터가 전부 CG로 창조됐다.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 흥행에 성공하려면 현대사회 트렌드를 세련되게 반영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미녀와 야수’는 여주인공을 예전보다 능동적이면서도 단호한 인물로 그려냈다. 동성애 코드의 조연도 배치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처럼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티켓 매출이 이날 현재 1억24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 중 극장 몫 절반을 빼면 투자배급사 측 매출은 6200만달러에 그친다. 이 영화의 총 제작비는 약 2억달러로 추산된다. 원작의 일본 여성 주인공을 백인 스칼렛 요한슨으로 바꾼 것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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